▲ 그랜저는 2026년에도 국산 승용차 신차 견적·등록 1위 자리를 사실상 놓치지 않았다 ⓒ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법인차·렌터카 비중을 다뤄보려 했다. "국민차"라는 별명과 달리, 준대형 세단 특유의 사업자 리스·장기렌트·법인 등록 수요가 상당하다는 건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를 시작하자마자 예상 밖의 벽에 부딪혔다. 2026년 기준으로 그랜저 한 모델만 떼어놓고 법인·렌터카 비중을 공개한 통계를 찾을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통계는 연료별·차종별(승용·승합·화물)로만 집계될 뿐 개별 모델의 법인/개인 구분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과거 이런 통계를 다룬 적은 있지만, 검색으로 확인된 관련 기사는 2017~2018년 자료가 마지막이었다. 억지로 옛날 숫자를 2026년 통계인 것처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정확한 법인차 비중 대신, 2026년에 실제로 확보 가능한 데이터 조각들을 모아 "그랜저를 사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다르게 접근해봤다.
1. 왜 "법인차 비중"이라는 숫자가 없을까
국내 자동차 등록 통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의 공적 통계는 시도별·연료별·차종별 등록 현황을 제공하지만, 특정 모델을 개인/법인/사업자로 쪼갠 자료는 일반에 정기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는 신차 등록 원부를 가공해 브랜드·모델별 성별·연령대·법인 비율 콘텐츠를 부정기적으로 발행해왔다.
문제는 이 콘텐츠가 매년 갱신되는 정기 통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검색으로 확인되는 그랜저 관련 법인·사업자 비율 기사는 2017년 10~12월 자료가 가장 구체적이었고, 그 이후로는 동일한 형식의 최신판을 찾지 못했다. 당시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 2017년 자료가 남긴 단서 (참고용, 현재 수치 아님)
2017년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법인·사업자 신차 등록 "대수"는 그랜저가 가장 많았지만, 그랜저 판매량 자체가 워낙 커서 법인·사업자 "비율"로는 개인 소비자 비중이 69.9%에 달해 TOP10 비율 순위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즉 절대 대수는 1위,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였다(개인 69.9%라면 법인·사업자는 산술적으로 약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기(2017년 1~9월) 다른 자료는 현대 브랜드 전체의 법인·사업자 비중이 26.3%라는 점과, 그 배경으로 그랜저·쏘나타의 택시·렌터카 등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이 26.3%는 그랜저 단일 모델이 아니라 현대 브랜드 평균 수치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두 자료 모두 10년 가까이 지난 자료이며, 이후 그랜저가 6세대(IG)에서 7세대(GN7)로 완전변경되고 하이브리드 비중이 급증하는 등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현재 비중을 추정하는 근거로 쓰기는 어렵다.
결국 이 기사는 "법인차 비중 몇 %"라는 단정적인 숫자 대신, 2026년에 실제 확인 가능한 소비자 데이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2. 확실한 것 — 그랜저는 여전히 "견적 1위" 차종이다
법인/개인 구분과 별개로, 그랜저가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모델이라는 사실 자체는 2026년 데이터로 뚜렷하게 확인된다.
| 지표 | 수치 | 비고 |
|---|---|---|
| 신차 견적 비중(상반기) | 10.85% | 전체 차종 중 1위, 2위 쏘렌토(10.84%)와 근소한 차이 |
| 하이브리드+전기차 합산 견적(상반기) | 47.4% | 전년 대비 상승 |
| 하이브리드+전기차 합산 견적(2분기) | 51.2% | 처음으로 절반 초과 |
| 월간 신차 등록 | 매달 1만 대 안팎 | 여러 달 연속 국산 승용차 등록 1위권 유지 |
▲ 견적 시스템 데이터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전 소비자 관심도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쓰인다 ⓒ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견적·판매 동향은 카이즈유 통계 페이지에서 계속 갱신된다. 카이즈유 카유통계 바로가기
3. 그랜저 안에서 바뀌는 것 — 가솔린에서 하이브리드로
법인차 비중은 몰라도, 파워트레인 선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2026년 1~7월 국내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모델을 대수 기준으로 앞질렀고, 견적 단계에서는 2분기 기준 하이브리드+전기차 합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 이 흐름이 법인 수요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
일반적으로 법인·사업자 차량은 연료비·유지비 절감 효과가 큰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비중 급증이 개인 구매자의 선택 변화 때문인지, 법인·리스 수요가 하이브리드 쪽으로 옮겨간 결과인지는 현재 공개된 데이터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다만 두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4. 관심도로 본 연령대 — 50대가 이끄는 그랜저
법인/개인 구분은 없지만, 나이대별 관심도 데이터는 존재한다. KB캐피탈이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가 2025년 2월~2026년 1월 홈배송(비대면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용 순위 1위가 그랜저였다.
✅ 홈배송 조회 데이터로 본 모델별 주력 연령대
· 그랜저 — 50대 20.8%(전 연령대 중 최고 비중)
· 카니발 — 40대 42.2%
· 아반떼 — 20대 42.6%
· 모닝 — 30~40대 57%, 여성 비중 37%
· 레이 — 30대 34.1%
※ 이 수치는 실제 구매 계약이 아니라 플랫폼 조회(관심도) 기준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그랜저는 중고차 비대면 구매(홈배송)에서도 50대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오랫동안 "아빠차"·"성공한 차"라는 이미지로 소비돼 온 점을 감안하면, 50대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결과 자체는 특별히 새롭지 않다. 다만 이 조사가 신차가 아닌 중고차·비대면 채널 데이터라는 한계는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5. 돌아온 내연기관 택시, 그리고 그랜저
법인·사업자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는 택시 시장이다. 한때 전기차 택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흐름이 다소 꺾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 전기차 택시가 주춤한 이유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택시 신규 등록 대수는 정점이었던 2022년 대비 37.3%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들이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속 방식에서 멀미를 호소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내연기관(LPG) 택시에 대한 선호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 흐름 속에서 그랜저는 준대형급 중 가장 접근성 높은 택시용 모델로 꼽힌다. 그랜저 택시 기본 가격은 3,712만 원으로, 서울시 기준 보조금을 반영해도 아이오닉5 영업용보다 약 1,000만 원 이상 저렴하고, 가죽 시트·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돼 있으며 정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 전기차 택시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그랜저 같은 내연기관 준대형 택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현대자동차
택시는 법인(운수회사) 또는 개인사업자 등록이 절대다수인 영역이다. 다만 이 흐름을 그랜저 전체의 법인차 비중 상승으로 곧바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 택시용 등록 대수가 전체 그랜저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최신 공개 자료는 이번 취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6. 남는 질문 — 그래서 법인차 비중은 얼마인가
솔직히 답하자면, 지금 시점에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이번 취재로 확인한 것은 다음과 같다.
✅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 확인된 것 — 그랜저가 2026년 신차 견적·등록 시장에서 여전히 1위권이라는 점,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점, 중고차 홈배송에서 50대 관심도가 가장 높다는 점, 내연기관 택시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
· 확인되지 않은 것 — 2026년 기준 그랜저 단일 모델의 법인/개인/렌터카 등록 비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최신 통계
· 참고만 가능한 것 — 2017년 카이즈유 자료(그랜저 개인 소비자 비중 69.9% → 법인·사업자는 산술적으로 약 30% 안팎으로 추정, 절대 등록 대수는 업계 1위였다는 옛 기록. 26.3%는 그랜저가 아닌 현대 브랜드 전체 평균이므로 혼동 주의). 세대 변경과 파워트레인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 그랜저의 실제 소비자 구성은 견적·연령대·택시 수요 등 조각난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추정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유료 서비스 '카차트'를 통해 더 세분화된 모델별 통계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그랜저의 법인·렌터카 비중을 정확히 짚을 수 있는 자료가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사는가"라는 질문에 완전한 답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조각들만 제시하는 것이 정직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7. 요약
그랜저의 2026년 법인차·렌터카 비중을 다룬 최신 공개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통계는 모델별로 세분화되지 않고,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의 관련 콘텐츠는 2017~2018년 자료가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대신 확인 가능한 2026년 데이터를 종합하면 그랜저는 신차 견적·등록 1위를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전기차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고, 중고차 홈배송 이용자 중에서는 50대 비중이 가장 높으며, 전기차 택시 수요 둔화 속에 내연기관 택시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법인/개인 구분이라는 단일 숫자는 없지만, 이 조각들을 합치면 그랜저가 여전히 개인 구매자와 사업자·법인 수요를 동시에 붙잡는 "전천후 세단"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