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자동차가 공개한 5세대 스마트 충전 스테이션. 최고 출력은 2,250kW(2.25MW)에 달한다 사진=Geely
1. 무엇을 공개했나 — 2,250kW, 4분 30초
중국 지리자동차가 5세대 스마트 충전 스테이션을 공개했다. 최고 출력은 2,250kW(2.25MW)에 달하며, 현지시각 9월 23일 실제 차량을 이용한 테스트 결과도 함께 공개됐다. 이 충전기로 링크앤코 01(또는 링크앤코 10)과 지커 001 차량을 충전한 결과, 배터리 잔량 10%에서 70%까지 4분 30초, 10%에서 97%까지는 8분 40초가 걸렸다는 것이 지리 측 발표다. 오토트리뷴을 비롯해 InsideEVs, Carscoops 등 해외 매체들도 같은 수치를 보도했다.
▲ 이번 4분 30초 충전 테스트에 투입된 차량 중 하나인 지커 001 사진=Zeekr
2. '한국의 6.4배'는 어디서 나온 수치인가
오토트리뷴 기사의 제목을 장식한 '한국의 6.4배'라는 표현은 언뜻 충전 속도가 6.4배 빠르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원문을 뜯어보면 이 수치는 충전 시간을 비교한 값이 아니라, 충전기의 최고 출력(스펙)을 단순히 나눈 값이다.
지리 5세대 스마트 충전 스테이션의 최고 출력은 2,250kW, 국내에서 흔히 언급되는 초급속 충전기인 현대차그룹 E-pit은 350kW급이다. 2,250 ÷ 350 = 약 6.4배 — 바로 이 계산에서 '6.4배'라는 숫자가 나왔다. 즉 두 나라의 실제 충전 소요 시간을 같은 조건에서 재서 비교한 것이 아니라, 설비 명판에 적힌 최고 출력끼리 나눈 수치라는 뜻이다.
📍 최고 출력 ≠ 실제 충전 속도
충전기의 '최고 출력'은 차량이 충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받는 값이 아니다. 배터리 잔량이 낮은 초반 짧은 구간에서만 순간적으로 피크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배터리 보호를 위해 출력이 서서히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토트리뷴 원문도 “차량이 충전 전 구간에서 2,250kW를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선을 그었다. 단순 설비 출력만 비교하면 지리 충전기 한 기가 E-pit 여섯 대와 맞먹는다는 것이지, 실제 충전이 6.4배 빠르다는 의미는 아니다.
▲ 초고출력 DC 급속 충전 커넥터. 명판 출력과 실제 차량이 받는 평균 출력은 다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리하면, '6.4배'라는 숫자 자체의 계산 근거는 명확하다. 지리 충전기 2,250kW와 국내 350kW급 초급속충전기의 출력을 나눈 값이 맞다. 다만 이를 '충전 속도가 6.4배 빠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장이다. 실제 충전 속도를 가늠하려면 같은 배터리 용량·같은 잔량 구간에서 걸린 시간을 직접 비교해야 하는데, 원문에는 한국 충전기로 동일 조건 테스트를 했다는 근거는 없다. 이 기사에서도 '6.4배'는 설비 최고 출력 비교라는 전제하에만 사용한다.
3. 아직 보급 전 —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2,250kW 충전기는 아직 실제 도로 위에서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디지털투데이 등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기술은 올해 중국에서 출시 예정인 전기 프리미엄 SUV '갤럭시 E5'에 처음 적용될 전망이며, 지리는 조만간 별도 행사를 열고 세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4분 30초·8분 40초 기록도 실증 테스트 결과이지, 전국망에 깔린 충전기로 낸 수치가 아니다.
▲ 2,250kW 급속충전 기술이 처음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지리 갤럭시 E5 사진=Geely
배터리 관련해서는 차세대 '울트라 쇼트 블레이드' 배터리가 함께 언급됐지만, 정확한 화학 조성(NCM·LFP 등)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용량은 61.52kWh, 70.01kWh 두 종류로 전해진다. 5점식 액체냉각 시스템과 AI 열관리로 충전 중 배터리 온도를 55~65도 사이로 유지해, 급속충전에 따른 배터리 열화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한편 갤럭시 E5는 2024년 첫 공개 이후 해외 시장에는 지리 EX5라는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프로톤 브랜드의 이마스(eMas) 7로 수출되는 등 지리의 핵심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꼽힌다. 다만 이 차량이 국내에 정식 수입·출시된다는 계획은 취재 시점 기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지리자동차 및 산하 브랜드는 아직 한국 승용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은 상태로, 2,250kW 초고속 충전 기술을 국내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시점 역시 갤럭시 E5의 국내 출시 여부와 별개로 불투명하다.
4. 경쟁 구도 — 지리 대 BYD, 그리고 아직 없는 진짜 승부처
지리의 이번 발표는 BYD의 '플래시 충전'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BYD 플래시 충전 시스템은 최고 출력 1,500kW로, 10%에서 70%까지 5분, 10%에서 97%까지 9분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최고 출력과 테스트 기록만 놓고 보면 지리가 근소하게 앞선다.
| 구분 | 지리 5세대 | BYD 플래시 충전 |
|---|---|---|
| 최고 출력 | 2,250kW | 1,500kW |
| 10%→70% | 4분 30초 | 5분 |
| 10%→97% | 8분 40초 | 9분 |
| 테스트 차종 | 링크앤코 01, 지커 001 | BYD 자사 모델 |
| 보급 현황 | 아직 보급 전 | 공개 후 6개월 내 1만 기 이상 설치 |
▲ BYD가 앞서 공개한 1,500kW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 이미 실제 충전소 보급이 진행 중이다 사진=BYD
진짜 승부처는 스펙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깔리느냐'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YD는 플래시 충전 공개 후 반년 만에 중국 전역에 1만 기 넘는 충전소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리의 2,250kW 충전기는 아직 실증 단계로, 실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 지리그룹 산하 지커의 충전기. 이번 테스트에는 지커 001이 함께 투입됐다 사진=Zeekr
5. 한국 상황과는 어떻게 다른가
국내 초급속충전기는 여전히 350kW급이 최상위권이다. 현대차그룹의 E-pit을 비롯해 초급속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지만, 2,250kW급 설비는 국내는 물론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 짚었듯 이는 '한국 충전 속도가 6.4배 느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까지 공개된 설비 사양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 국내 전기차가 350kW 충전기로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지리 차량이 2,250kW 충전기로 같은 구간을 채우는 데 걸린 4분 30초를 나란히 비교한 공식 데이터는 아직 없다.
▲ 국내 한 전기차 충전소 모습. 초급속충전기는 대부분 350kW급이 최상위 사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6.4배' 표현,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 계산 자체는 근거가 있다 — 2,250kW ÷ 350kW = 약 6.4배
· 다만 이는 충전기 최고 출력 스펙 비교이지, 실제 충전 소요 시간을 재서 비교한 값이 아니다
· 지리 스스로도 “차량이 전 구간에서 2,250kW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2,250kW 충전기는 아직 실증 단계로, 국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6. 요약
지리자동차가 최대 2,250kW급 5세대 스마트 충전 스테이션을 공개하고, 링크앤코 01·지커 001 차량으로 10%→70% 4분 30초, 10%→97% 8분 40초 충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화제가 된 '한국의 6.4배'라는 표현은 실제 충전 시간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충전기 최고 출력(2,250kW 대 국내 350kW급)을 단순히 나눈 값이며, 지리 측도 차량이 전 구간에서 그 출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2,250kW 충전기 자체는 아직 상용 보급 전으로, 올해 출시될 갤럭시 E5 등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BYD의 1,500kW급 플래시 충전은 이미 1만 기 이상 설치된 만큼, 스펙보다 실제 보급 속도가 이 경쟁의 진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