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르노코리아 SM6 세단이 야외 주차장에서 정면으로 서 있는 모습

▲ 르노코리아 SM6는 2025년 3월 생산이 종료되고 그해 말 단종이 공식 확인된, 2025~2026년 국산차 단종 도미노의 상징적인 모델이다 ⓒ Damian B O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단종 전에 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재고 할인이 더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까." 특정 모델이 단종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실구매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이다. 문제는 '단종'이라는 단어 안에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상황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생산이 실제로 멈추고 홈페이지 라인업에서도 지워진 확정된 단종이고, 다른 하나는 로드맵에 이름이 빠지거나 후속 계획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도는 단종설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성급하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거나, 반대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된다.

2025~2026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유독 이 두 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국산차에서는 세단 시장 축소로 르노코리아 SM6·쉐보레 말리부·기아 K3가 잇따라 단종됐고, SUV·RV 쪽에서도 QM6와 KGM 코란도(가솔린)가 뒤를 이었다. 수입차에서는 폭스바겐 투아렉, 포르쉐 718 박스터·카이맨, 포르쉐 마칸(내연기관), 렉서스 LC가 모두 2026년 안에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여기에 기아 K9·KGM 티볼리·제네시스 G70처럼 아직 공식 확정은 아니지만 근거 있는 단종설이 도는 모델들도 있다. 이 기사는 각 모델이 실제로 어떤 단계에 있는지, 왜 사라지는지, 지금 사도 괜찮은지를 취합해 정리했다.

1. 이미 단종됐다 — 국산 세단·해치백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이미 끝난' 모델들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세단에서 SUV로 옮겨가면서, 준중형·중형 세단들이 잇따라 단종 수순을 밟았다.

검은색 르노코리아 SM6 세단이 야외 주차장에서 정면으로 서 있는 모습

▲ 르노코리아 SM6. 2016년 출시 후 누적 15만 7,176대가 판매됐지만 2025년 3월 생산이 종료되고 그해 말 단종이 공식 확인됐다. 후속 세단 계획은 없다 ⓒ Damian B O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르노코리아 SM6는 2025년 3월 13일 부산공장 생산을 마치고 그해 11월 판매를 사실상 마감했다.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진 '태풍의 눈' 엠블럼도 이 차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세단 후속 모델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며, 그 빈자리는 2026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CUV '오로라2(필랑트)'가 대신할 전망이다.

쉐보레 말리부는 이보다 앞서 2023년 5월 국내 생산·판매가 종료됐다. 2011년부터 12년간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며 중형 세단 시장을 지켰지만, SUV 중심으로 재편된 라인업 전략 속에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됐다. 기아 K3 역시 2025년 단종 수순을 밟아, 이제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은 사실상 현대 아반떼가 홀로 지키는 구조가 됐다. 다만 기아는 K3의 완전변경 모델인 K4를 해외 시장 전용으로 공개해, '국내 단종·해외 존속'이라는 국산차 단종의 전형적인 패턴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 세단 단종의 공통 패턴

· 후속 세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CUV·해외 전용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대부분
· 판매 부진의 결정적 계기는 SUV 선호 심화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의 수요 이동
· 단종 발표 전, 가격 동결이나 트림 개편으로 '단종설을 부인'하다가 몇 달 뒤 실제로 사라지는 사례가 반복됨

2. 단종 수순에 들어간 국산 SUV·RV

세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테디셀러로 꼽히던 SUV·RV 모델들도 같은 시기 조용히 라인업에서 빠지고 있다.

르노 QM6와 동일한 차체를 쓰는 콜레오스 중형 SUV의 전측면 모습

▲ 르노코리아 QM6(해외명 콜레오스). 2016년 출시 후 누적 25만 8,000대가 판매됐지만 2025년 11월 30일 생산 종료, 12월 31일 판매가 마감됐다 ⓒ Wikimedia Commons

QM6는 SM6보다 오히려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였지만, 202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판매가 마감됐다. 단종을 앞두고도 2025년 4월 '2026년형 QM6'를 내놓으며 단종설을 일축했으나, 결국 그해 말 라인업에서 완전히 빠졌다. 후속은 이미 병행 판매 중인 그랑 콜레오스(오로라1)가 맡고 있다.

KGM 코란도도 1.5 터보 가솔린 모델이 2025년 말을 끝으로 6년 만에 단종됐다. 1983년부터 이어진 국산차 최장수 차명 중 하나지만 최근 판매가 급격히 무너진 여파다. 전동화 버전인 코란도 EV는 더 심각해, 출시 후 11개월간 45대 판매에 그치며 사실상 택시 전용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KGM은 후속으로 알려진 'KR10' 프로젝트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 관세발 칼바람 —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국내 단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GM이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레일블레이저는 2025년 7월 미국의 25% 고율 관세가 본격화되며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4년 국내 승용차 수출 1위(29만 5,099대)를 기록했던 모델이지만, 2025년 9월 기준 수출이 전년 대비 35.3% 줄었다. 한국GM 생산량의 96%가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 국내 생산 라인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 2026년,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수입차들

국산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판매되던 여러 수입차 모델이 공식적으로 생산을 마쳤다.

검은색 폭스바겐 투아렉 대형 SUV가 도로 위를 주행하는 정면 모습

▲ 폭스바겐 투아렉. 2025년 10월 파이널 에디션을 공개하며 3세대·24년 만에 단종을 예고했고, 국내에는 2026년 4월 8일부터 인도가 시작됐다 ⓒ Wikimedia Commons

폭스바겐 투아렉은 3세대를 끝으로 단종된다. 2025년 10월 파이널 에디션을 공개하며 단종을 예고했고, 국내에는 2026년 4월 8일부터 순차 인도가 시작됐다. 프레스티지 1억 642만 1,000원, R-Line 1억 1,650만 6,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됐으며, 창문 프레임과 기어 레버 등에 전용 레이저 각인이 들어간 헤리티지 사양이다. 후속 모델에 대한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흰색 포르쉐 마칸 내연기관 모델이 벽돌 건물 앞에 주차된 전측면 모습

▲ 포르쉐 마칸(내연기관). 완전 전동화된 신형 마칸 EV로 세대교체되며 미국 중고 시세가 신형 토요타 RAV4 평균 가격보다 낮아질 만큼 빠르게 떨어졌다 ⓒ Wikimedia Commons

포르쉐는 2026년을 기점으로 두 모델을 정리했다. 미드십 스포츠카 718 박스터·카이맨은 유럽의 강화된 사이버보안 규제 대응 비용 문제로 2025년 10월 생산이 종료됐고, 국내 신규등록도 2025년 9월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후속은 순수 전기 스포츠카로 개발 중이지만 출시는 2027년 이후로 늦춰졌다. 마칸 내연기관 모델도 완전 전동화된 마칸 EV로 세대교체되면서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았는데,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는 시세가 급락해 신형 토요타 RAV4 평균 가격보다 낮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다만 이는 미국 시장 기준 수치로, 국내 중고 마칸 시세와 부품 수급 여건은 다를 수 있다.

여기에 렉서스 LC500이 2026년 8월 공식 단종을 발표하며 2018년 등장 이후 약 9년 만에 생산을 마쳤고, 메르세데스-AMG A클래스도 421마력 M139 엔진을 얹은 'A45 S 파이널 에디션'을 끝으로 단종을 앞두고 있다. 두 모델 모두 브랜드의 순수 내연기관 고성능 모델이 하나씩 줄어드는 흐름을 상징한다.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 국내 인도 소식은 폭스바겐코리아 공식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 소식 바로가기

4. 아직은 '설'이다 — 근거는 있지만 공식 확정은 아닌 모델

여기서부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래 모델들은 단종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뚜렷하지만,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단종'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짙은 녹색 기아 K9 준대형 세단이 도심 도로에서 후측면으로 주행하는 모습

▲ 기아 K9. 판매량이 2022년 6,585대에서 2026년 상반기 734대까지 급감하며 2026년 말 오토랜드 광명 생산 중단이 유력하게 보도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기아 K9은 공식 단종 발표 전 단계지만 사실상 확정에 가깝다. 국내 판매가 2022년 6,585대에서 2025년 1,581대, 2026년 상반기에는 734대까지 급감했고, 2026년 말 오토랜드 광명에서 생산을 중단해 2세대를 끝으로 14년 만에 단종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관련 계획 확산에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시점을 명확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단종 확정 vs 단종설 — 구분 기준
구분판단 기준해당 모델 예시
단종 확정생산 종료 발표 또는 홈페이지 라인업 삭제, 공식 보도자료 존재SM6, QM6, 코란도(가솔린), 투아렉, 박스터·카이맨, LC500
단종 예고(사실상 확정)제조사가 부인하지 않는 언론 보도, 판매량 급락 데이터 뒷받침기아 K9
단종설(미확정)로드맵 미언급, 파워트레인 축소 등 정황 증거만 존재KGM 티볼리, 제네시스 G70

KGM의 소형 SUV 티볼리는 2025년 6월 발표된 2030년까지 신차 7종 로드맵에 후속 모델이 명시되지 않아 단종설에 휩싸였다. 다만 2026년 3월 KGM디자인이 티볼리 명맥을 잇는 것으로 추정되는 'Vision-X' 스케치를 공개해, 완전한 단종보다는 세대교체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제네시스 G70은 EPA·NHTSA 서류를 근거로 2027년형에서 3.3리터 트윈터보 V6(365마력)가 빠지고 2.5리터 터보 4기통(300마력)만 남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2027년이 사실상 마지막 판매 연도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 단종설을 '확정'처럼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

QM6도 단종 몇 달 전까지 회사가 공식적으로 단종설을 부인했던 사례가 있다. 반대로 티볼리처럼 로드맵에서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단종설이 돌다가, 디자인 스케치 공개로 존속 가능성이 다시 열리는 경우도 있다. 공식 보도자료나 생산 중단 공지가 없다면, 판매 중단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진행형' 상태로 봐야 한다.

5. 단종 직전, 살까 말까 — 체크포인트 5가지

단종 소식을 접했을 때 바로 계약할지, 기다릴지는 아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 흰색 천으로 덮인 세단 한 대가 조명 아래 홀로 놓여 있는 모습

▲ 단종을 앞둔 모델은 재고 소진 방식으로 판매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전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 CarPrism (AI 생성 이미지)

✅ 단종 예정 차량 구매 전 체크리스트

· 재고 할인 여부 — 단종 직전에는 트림 구성을 단순화하며 가격을 동결하거나 옵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고를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동결'이 곧 '단종 임박 신호'일 수 있다
· 부품·서비스 수급 — 단종 후에도 통상 8~10년간 부품 공급 의무가 있지만, 코란도 EV처럼 판매량 자체가 적었던 모델은 정비 인프라가 빈약해질 수 있다
· 중고가 프리미엄 여부 —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 LC500처럼 '마지막 내연기관·마지막 세대'라는 희소성이 부각되는 고성능·헤리티지 모델은 단종 후 중고가가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있다
· 반대로 감가가 가속되는 경우 — 포르쉐 마칸 내연기관처럼 후속 전기 모델이 이미 나와 있는 차종은, 단종 발표 직후 중고 시세가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 후속 모델 대기 가능 여부 — QM6→그랑 콜레오스, SM6→오로라2(필랑트)처럼 대체재가 이미 나와 있다면 굳이 단종 직전 재고를 서둘러 잡을 이유가 적다

2025~2026년 국내 단종·단종설 차량 총정리
모델제조사상태시점비고
SM6르노코리아단종 확정2025년 말후속 세단 없음, 오로라2(필랑트)가 흡수
QM6르노코리아단종 확정2025.12.31그랑 콜레오스가 후속
말리부쉐보레(한국GM)단종 확정2023년후속 세단 없음
K3기아단종 확정2025년K4는 해외 전용
코란도(가솔린)KGM단종 확정2025년 말KR10 개발 중, 시점 미정
코란도 EVKGM사실상 단종택시 전용만 유지일반 판매 중단
투아렉폭스바겐단종 확정파이널 에디션, 2026.4 국내 인도후속 미정
718 박스터·카이맨포르쉐단종 확정2025년 10월 생산 종료전기 후속 2027년 이후
마칸(내연기관)포르쉐단종 확정전기 마칸으로 세대교체중고가 급락
LC500렉서스단종 확정2026년 8월 생산 종료9년 만에 단종
K9기아단종 예고2026년 말 생산 중단 전망14년 만에 단종 유력
티볼리KGM단종설미확정'Vision-X' 스케치로 존속 가능성도
G70제네시스단종설2027년형 V6 제외 보도2027년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관측

6. 요약 — 확정과 소문을 구분하는 것이 먼저다

2025~2026년은 국내 판매 차량의 '단종'이 유독 많이 발표된 시기였다. 국산차에서는 SM6·QM6·말리부·K3·코란도(가솔린)가 세단·SUV를 가리지 않고 단종됐고, 수입차에서도 투아렉·718 박스터·카이맨·마칸(내연기관)·LC500이 같은 시기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기아 K9은 판매량 급락 속에 사실상 단종에 가까운 단계까지 왔다.

반면 KGM 티볼리와 제네시스 G70은 아직 '설'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로드맵에서 이름이 빠지거나 파워트레인이 축소된다는 정황은 있지만, 공식적인 생산 중단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모델은 오히려 디자인 스케치 공개나 후속 파워트레인 등장으로 존속 가능성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결국 '지금 사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델마다 다르다. 확정된 단종 모델은 재고 할인·부품 수급·희소성에 따른 중고가 흐름을 따져야 하고, 단종설만 도는 모델은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