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를 달리는 웨이모. 이번 승인에는 고속도로 운행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가 8월 14일 웨이모의 운행 지역 확대를 승인했습니다. 대상은 18개 카운티입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승인 조건입니다. 모든 제한속도 구간, 고속도로, 도시 도로, 시골 도로, 주차장, 진입로, 철도 건널목에서 낮과 밤 모두, 그리고 비·안개·우박 속에서도 운행할 수 있습니다. 빠진 것은 광범위한 눈과 얼음 조건뿐입니다.
1. 고속도로가 포함됐다는 것의 의미
이번 승인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항목은 고속도로입니다.
로보택시가 지금까지 주로 다닌 곳은 도심입니다. 속도가 낮아 사고 시 피해가 작고, 지도 데이터가 촘촘하며, 문제가 생기면 갓길에 세우기도 쉽습니다. 반면 고속도로는 조건이 정반대입니다.
속도가 높으면 판단에 주어지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시속 100km에서는 1초에 28m를 지나갑니다. 앞차의 급제동이나 낙하물을 인지하고 대응하기까지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고속도로에는 갓길 외에 멈출 곳이 없습니다. 시스템이 판단을 포기했을 때 안전하게 정지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도심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속도로 승인은 기술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규제 당국의 판단으로 읽힙니다. 동시에 서비스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고속도로를 못 타면 도시 간 이동이 불가능하고, 공항 이동 같은 수요 높은 노선을 잡을 수 없습니다.
▲ 웨이모는 현재 약 3,000대로 11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2. 비와 안개는 되고, 눈은 안 되는 이유
승인 조건에서 비·안개·우박은 포함되고 눈·얼음은 빠진 것도 기술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다·카메라·레이더를 함께 씁니다. 비와 안개는 주로 인식의 문제입니다. 라이다 빛이 물방울에 산란되고 카메라 시야가 흐려지지만, 레이더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습니다. 센서를 겹쳐 쓰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됩니다.
눈과 얼음은 다릅니다. 인식뿐 아니라 차량 제어 자체가 달라집니다. 노면 마찰이 급격히 변하고, 눈이 쌓이면 차선 표시가 아예 사라집니다. 지도에 있는 차선과 실제 주행 가능한 공간이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람 운전자도 어려워하는 조건입니다.
바꿔 말하면, 웨이모가 캘리포니아를 주 무대로 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기후가 가장 어려운 변수를 처음부터 제거해줍니다.
이 점은 한국 진출을 생각할 때 중요합니다. 국내는 겨울에 눈과 결빙이 발생하고, 여름에는 집중호우가 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검증한 조건을 그대로 가져오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3. 2,000만 회라는 실적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것은 축적된 운행 실적입니다.
5월 기준 웨이모는 약 3,000대로 1,400제곱마일 지역의 11개 도시에서 누적 2,000만 회 이상을 운행했습니다. 1,400제곱마일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그리고 목표는 연말까지 주당 100만 회입니다. 누적이 아니라 주 단위 숫자입니다. 지금까지 쌓은 2,000만 회를 20주면 다시 채우는 속도입니다.
이 속도를 감당하려면 차량이 필요합니다. 웨이모가 관세 127.5%를 물면서까지 중국 지커에서 만든 로보택시를 대량 확보한 배경이 여기 있습니다. 아리조나에만 신형 오자이 약 1,000대가 대기 중입니다.
이번 승인에는 기존 재규어 I-페이스와 6세대 웨이모 드라이버를 얹은 신형 오자이가 모두 포함됩니다.
▲ 신형 오자이. 이번 승인 대상에 재규어 I-페이스와 함께 포함됐다
4. 같은 지역의 테슬라는 상황이 다르다
흥미로운 대목은 테슬라와의 위치 차이입니다.
테슬라도 같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다만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입니다. CPUC 차관은 지난 3월 "테슬라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으며" 리무진 회사와 동일한 허가만 보유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이름의 서비스를 하지만, 규제상 지위가 완전히 다릅니다. 웨이모는 운전자 없는 유료 운행을 승인받았고, 테슬라는 사람이 운전석에 앉은 차량 호출 서비스입니다.
이 차이는 접근 방식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웨이모는 라이다를 포함한 다중 센서와 정밀 지도를 쓰며 지역별로 검증을 쌓아 올립니다. 테슬라는 카메라 중심으로 범용 해법을 추구합니다. 어느 쪽이 최종적으로 유리한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규제 승인이라는 관문에서는 지금까지 웨이모가 앞서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아마존 죽스가 미국에서 운전자 제어장치 없는 로보택시 상업 운행을 승인받은 사례를 다룬 바 있습니다.
5. 한국은 어디쯤 있나
웨이모는 2026년 7월 서울 서초구에 웨이모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서비스 시기와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캘리포니아 승인 사례에서 국내가 참고할 지점은 승인이 조건 단위로 쪼개진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허용/불허'가 아니라 도로 종류, 시간대, 기상 조건별로 나뉘어 심사됩니다. 웨이모는 2026년 1월에 신청서를 냈고, 규제당국은 미성년자 탑승과 서비스 중단 시 절차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구한 뒤 8월에 승인했습니다. 7개월이 걸린 셈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결정은 로보택시가 실험 단계에서 교통수단 단계로 넘어가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고속도로가 열렸고, 악천후 상당 부분이 허용됐으며, 목표는 주당 100만 회입니다. 다만 눈과 얼음이 남아 있고, 그 조건은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지역에서 피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