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시험장

▲ 위반 기록이 없는 고령 운전자 중에도 위험군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Wikimedia Commons

고령 운전자 대책은 대체로 두 갈래였습니다.

적성검사 주기를 줄이거나, 면허 반납을 유도하거나.

그런데 이번 연구는 다른 곳을 짚었습니다. 지금 방식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1. '침묵의 위험군'이라는 표현

연구 결과 핵심
항목수치
추적 대상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
추적 기간2년
인명 피해 사고 유발290명
그중 사전 기록 없음111명 (38.3%)

📍 이 숫자가 왜 중요한가

현행 제도는 과거 위반과 사고 이력을 위험 신호로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고를 낸 고령 운전자의 10명 중 4명 가까이가 그 이전에는 아무 기록도 없었습니다.

기록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는 이들을 미리 찾을 수 없습니다. '침묵의 위험군'이라는 표현이 나온 이유입니다.

2. 선로잇기검사 B형이란

연구가 지목한 도구는 종이 한 장짜리 검사입니다.

선로잇기검사(Trail Making Test)
구분내용
A형숫자를 1→2→3 순서로 이어 나감
B형숫자와 문자를 번갈아 이어 나감 (1→가→2→나…)
측정완료까지 걸린 시간

📍 왜 B형이 운전과 관련이 있나

B형은 두 가지 규칙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번갈아 전환해야 합니다. 이 능력을 주의 전환 또는 분할 주의라고 합니다.

운전은 이 능력의 연속입니다. 신호를 보면서 옆 차선을 살피고, 보행자를 확인하면서 속도를 조절합니다. B형 수행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이 전환이 느려졌다는 신호입니다.

운전면허 시험 차량

▲ 검사지 한 장으로 정밀 평가 대상을 걸러내자는 것이 연구의 제안이다 ⓒ Wikimedia Commons

3. 두 조건이 겹칠 때 — 2.04배

사고율 비교
집단사고율
교육 연수 9년 이하 + TMT-B 180초 초과20.9%
그 외9.1%
배수2.04배

📍 교육 연수가 왜 들어갔을까

학력 자체가 운전 능력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지기능 검사는 교육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같은 180초라도 배경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구가 두 조건을 함께 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검사 점수 하나만으로 판단하면 오분류가 생깁니다.

4. 면허를 뺏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구팀이 가장 강조한 부분입니다.

이 기준은 면허 취소나 정지의 근거가 아닙니다. 더 정밀한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을 골라내는 1차 선별 도구라는 것입니다.

연구가 제안하는 절차
단계내용
1차선로잇기검사 B형 — 간단한 선별
2차주행 시뮬레이션 · 전문가 평가 등 정밀 검사
판단2차 결과를 근거로 결정

순서가 중요합니다. 모든 고령 운전자에게 정밀 검사를 시키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아무도 걸러내지 않으면 위험군이 그대로 도로에 남습니다.

싼 검사로 걸러서, 비싼 검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하자는 구조입니다.

운전면허시험장

▲ 1차 선별로 걸러 2차 정밀 평가로 넘기는 구조가 제안됐다 ⓒ Wikimedia Commons

5. 연구의 한계

⚠️ 그대로 정책이 되기는 이릅니다

· 분석 대상이 60세 이상 남성으로 한정됐습니다
· 여성 운전자에 대한 검증이 남아 있습니다
· 다양한 주행 조건(야간·고속도로·도심 등)에서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180초라는 기준선도 추가 검증 대상입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명시했습니다. 더 넓은 집단에서 확인한 뒤에야 실제 적용을 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 지금 할 수 있는 것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 가족 중 고령 운전자가 있다면

· 주차와 후진이 예전보다 오래 걸리는지 — 공간 판단 능력의 신호입니다
· 차선 변경 때 뒤차를 놓치는 일이 늘었는지
· 익숙한 길에서 길을 헷갈린 적이 있는지
· 동승했을 때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는지 — 가장 실질적인 지표입니다
· 야간 운전을 스스로 피하기 시작했는지

마지막 항목은 부정적인 신호가 아닙니다. 스스로 조건을 조절하는 것은 건강한 대응입니다. 문제가 되는 쪽은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번 연구가 겨냥한 지점도 정확히 거기입니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지원과 조건부 면허 제도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조건부 면허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 바 있습니다.

운전면허시험장 전경

▲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 Wikimedia Commons

서울 시내 횡단보도

▲ 연구가 집계한 것은 인명 피해를 낸 사고다. 보행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 Wikimedia Commons

7. 정리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을 2년간 추적했습니다. 인명 피해 사고를 낸 290명 중 111명(38.3%)은 그 이전에 위반이나 사고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교육 연수 9년 이하이면서 선로잇기검사 B형이 180초를 넘긴 집단의 사고율은 20.9%로, 나머지(9.1%)의 2.04배였습니다.

다만 이는 면허 취소 기준이 아닙니다. 정밀 평가 대상을 골라내는 1차 선별 도구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60세 이상 남성만 분석했다는 한계도 함께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