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로고가 부착된 차량 전면부 (참고 이미지)

▲ 포르쉐가 10월 1일부로 글로벌 판매조직을 5개에서 4개 권역으로 재편한다 (참고 이미지)

지역 대표가 두 개의 모자를 동시에 쓰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포르쉐코리아 대표가 앞으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중동까지 총괄하게 됐습니다.

포르쉐가 3일 글로벌 판매조직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5개로 나뉘어 있던 지역 조직을 유럽·아메리카·중국·해외 신흥시장 4개 권역으로 축소합니다. 시행일은 10월 1일입니다.


1. 새로 짜인 4개 권역, 어떻게 나뉘나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역 단위를 다섯 개에서 넷으로 줄인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독일이 별도 지역이 아니라 유럽 권역 안으로 통합됐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세 권역은 아메리카(북중남미), 중국(단독 권역 유지), 그리고 아시아·중동을 아우르는 해외 신흥시장(Overseas & Emerging Markets)입니다.

권역별 책임자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유럽은 로버트 아더 포르쉐 도이칠란트 회장이, 아메리카는 티모 레쉬 포르쉐 북미 CEO가, 중국은 기존대로 알렉산더 폴리히 포르쉐 중국 CEO가 맡습니다. 그리고 해외 신흥시장은 마티아스 부세 포르쉐코리아 대표가 총괄합니다.

포르쉐 글로벌 판매조직 4개 권역 구성
권역주요 시장총괄비고
유럽독일 포함 유럽 전역로버트 아더기존 독일 단독 지역 통합
아메리카북미·중미·남미티모 레쉬기존 구성 유지
중국중국 단독알렉산더 폴리히단독 권역 지위 유지
해외 신흥시장아시아·중동 등마티아스 부세(한국대표 겸임)신설 통합 권역
포르쉐 911 카레라 GTS

▲ 유럽 권역은 이번 개편으로 독일을 포함해 통합됐다 (참고 이미지)


2. 한국대표가 아시아·중동까지 맡는 이유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포르쉐코리아 마티아스 부세 대표의 겸임입니다. 부세 대표는 한국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10월 1일부로 해외 신흥시장 총괄(Regional Lead Overseas)을 겸임합니다. 이 권역에는 아시아와 중동 등 여러 시장이 포함됩니다.

포르쉐 AG에서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마티아스 베커(Matthias Becker) 이사회 멤버는 이번 개편의 목적에 대해 "각 지역의 자율성을 강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전 세계 시장에서 포르쉐의 전략을 더욱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대표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대신, 그만큼 책임 범위도 넓어지는 구조입니다.

📍 왜 한국대표가 겸임하나

해외 신흥시장 권역은 특정 단일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중동을 아우르는 다수 시장의 묶음입니다. 개편 이전에는 이런 시장들이 여러 지역 조직에 나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하나의 권역으로 통합하면서 기존 아시아권 대표 중 한 명이 총괄을 맡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마티아스 부세 대표는 2024년 10월 포르쉐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이후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어 왔습니다. 포르쉐코리아는 2025년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1만 746대를 국내 고객에게 인도했는데, 이 기간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 둔화를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입니다. 이런 실적이 해외 신흥시장 총괄 지명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 전면부

▲ 해외 신흥시장 권역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중동 시장이 포함된다 (참고 이미지)


3. 왜 하필 지금인가 — 실적 부진의 그림자

조직개편 자체는 중립적인 경영 결정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을 짚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포르쉐는 최근 몇 년간 핵심 시장에서 뚜렷한 판매 부진을 겪어 왔습니다. 특히 한때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판매 급감이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가 강해지고 현지 전기차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포르쉐를 포함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 전반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포르쉐코리아는 타이칸 화재 논란과 반복된 고전압 배터리 시정조치 이력이 겹치며 전동화 전략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내용은 타이칸 화재와 전동화 딜레마 기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판매는 줄어드는데 전기차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안전성 논란까지 겹친 것이 포르쉐코리아의 딜레마였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중국을 단독 권역으로 유지한 것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특수성을 그만큼 무겁게 다루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동시에 아시아·중동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시장들을 하나로 묶어 해외 신흥시장이라는 권역으로 통합한 것은, 조직을 슬림화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려는 효율화 조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전면부

▲ 중국은 이번 개편에서도 단독 권역 지위를 유지했다 (참고 이미지)


4. 남는 질문들 —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

조직개편의 명분은 "지역 자율성 강화"지만, 실제로는 한 명의 지역 총괄이 관리해야 할 시장의 폭이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세 대표가 한국 대표 업무를 병행하면서 아시아·중동 전역의 판매 전략까지 조율해야 하는 만큼, 실행 속도가 오히려 느려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번 개편이 단순한 조직 슬림화를 넘어 비용 절감이나 인력 재배치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포르쉐 본사 차원의 실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역 조직 통합이 향후 마케팅 예산이나 현지 딜러 지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실질적인 관전 포인트입니다.


5. 정리하면

포르쉐의 이번 조직개편은 겉으로는 지역 자율성 강화를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적 부진 국면에서의 효율화 조치에 가깝습니다. 유럽에 독일을 통합하고, 아시아·중동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은 것 모두 조직 단순화의 연장선입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포르쉐코리아 대표가 아시아·중동 총괄까지 겸임하게 됐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다만 이 겸임이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업무 과중으로 이어질지는 10월 1일 시행 이후의 실제 행보를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