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 주차된 메르세세데스-벤츠 EQS 450+ 전기 세단의 전측면 모습

▲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롤로지움과의 계약 확대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사진=Mercedes-Benz

야외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벤츠 EQS 450+ 전기 세단의 전측면 모습

▲ 메르세데스-벤츠의 현행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 벤츠는 차세대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가 대만 배터리 기업 프롤로지움(ProLogium)과의 협력을 한 단계 확대했다. 두 회사는 10년 넘게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함께 해온 사이로, 이번에는 벤츠가 프롤로지움의 4세대 전고체 셀에 대한 우선 접근권(priority access)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완전히 새로운 계약이라기보다, 오래된 관계를 더 깊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벤츠의 전동화 전략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1. 무엇이 새로 확대됐나

벤츠와 프롤로지움의 관계는 새삼스럽지 않다. 두 회사는 10년 넘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함께 개발해 온 사이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그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확장판으로, 핵심은 벤츠가 프롤로지움의 4세대(Gen4) 전고체 셀을 다른 고객사보다 먼저 받아 테스트할 수 있는 우선 접근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벤츠가 자체 시설과 제3자 시험 기관에서 이 Gen4 리튬 세라믹 배터리 셀에 대해 전기적, 열적,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내용이 계약에 담겼다. 신차에 곧바로 탑재하겠다는 발표가 아니라, 실제 양산 적용 전 검증 단계를 벤츠가 남들보다 앞서 밟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2. 프롤로지움의 4세대 셀, 무엇이 다른가

프롤로지움의 Gen4 셀은 세라믹 분리막 기술과 비인화성 무기 전해질을 특징으로 한다. 액체 유기 전해질을 쓰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불에 잘 타지 않는 무기물 전해질을 사용해 구조적으로 화재·열폭주 위험을 낮췄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고속 충전과 높은 전력 출력을 지원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양사가 이번에 체결한 것은 정식 명칭 기준 "Gen4 초유동성 전고체(Superfluidized All Inorganic Solid State) 배터리 셀 기술"에 대한 공동 테스트 계약으로, 벤츠는 이 기술이 실제 양산차에 쓰일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사전 기술 평가 단계부터 참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전기 세단의 전측면 주행 모습

▲ 벤츠 EQE. 전고체 배터리가 실제 양산차에 적용되기까지는 검증 단계가 더 남아 있다 사진=Mercedes-Benz

다만 이번 발표에서 에너지밀도, 주행거리, 구체적 충전 시간 등 정량적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지리(Geely)가 에너지밀도 500Wh/kg, 수명 100만km를 내건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벤츠-프롤로지움 발표는 수치 경쟁보다는 검증 우선권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

3. 됭케르크 공장과 생산 계획

프롤로지움은 프랑스 됭케르크(Dunkirk)에 최대 44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기지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셀을 공급하기 위한 거점으로, 벤츠도 이 공급망의 고객사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만 투자 금액이나 완공 시점 등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프롤로지움과 손잡은 완성차는 벤츠만이 아니다. 폭스바겐도 별도로 프롤로지움과 수천만 유로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독일 부품사 말레(Mahle)와 크로아티아 리막(Rimac) 등도 됭케르크 생산분의 잠재 고객으로 거론된다. 프롤로지움이 벤츠 한 곳에 종속된 협력사가 아니라, 유럽 완성차·부품 업계 전반과 폭넓게 관계를 맺고 있는 배터리 공급사라는 의미다.

모터쇼 전시장에 놓인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콘셉트카의 후면 모습

▲ 벤츠는 전동화 라인업 전반에 걸쳐 차세대 배터리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Mercedes-Benz

야외에서 촬영된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전기차의 측면 모습

▲ 벤츠 EQS SUV. 프롤로지움의 셀이 검증을 통과하면 대형 전기 SUV 라인업에도 순차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Mercedes-Benz

📍 벤츠의 '투 트랙' 전고체 배터리 전략

벤츠는 프롤로지움 외에도 미국 스타트업 팩토리얼 에너지(Factorial Energy)와 별도로 리튬메탈 방식 전고체 셀을 테스트해왔다. 서로 다른 화학·구조 방식의 배터리를 동시에 검증함으로써, 특정 기술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쪽을 골라 적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 공식 코멘트와 상용화 시점

외르그 부르처(Jörg Burzer)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멤버 겸 개발·조달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계약에 대해 "프롤로지움의 선구적인 전고체 배터리 접근법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심층적인 배터리 개발·테스트·통합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미래 전기차를 위한 첨단 배터리 기술 탐구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상용화 시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양산 적용 시기가 못박히지는 않았지만, 일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12개월 이내에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이는 업계 전반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흐름을 가리키는 언급으로, 벤츠 차량에 곧바로 탑재된다는 확정 일정은 아니다.

검은 천으로 덮인 채 공개된 메르세데스-AMG의 전동화 모델 공식 티저 이미지, 어펠터바흐 로고 배경

▲ 벤츠는 AMG 고성능 전기차를 포함한 차세대 전동화 라인업 전반에 새 배터리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Mercedes-AMG

5. 전고체 배터리 경쟁 구도 속 벤츠의 위치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는 이미 여러 완성차·배터리 업체가 뛰어들어 있다. BYD, 도요타, 닛산, 혼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체리 등이 각자 방식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테스트하고 있으며, 혼다는 앞서 미국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와 다년간 공동 연구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지리는 지커·볼보 등 산하 브랜드를 통해 내년부터 시범 적용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요 완성차의 전고체 배터리 파트너십 비교
완성차배터리 파트너계약 형태
메르세데스-벤츠프롤로지움(대만) · 팩토리얼 에너지(미국)우선 접근권 확대 및 별도 테스트 협력
혼다퀀텀스케이프(미국)다년간 공동 연구·제조 공정 개발 협약
폭스바겐퀀텀스케이프(미국)QSE-5 셀 공동 개발(두카티 오토바이 적용 사례)
지리(지커·볼보 등)자체 개발내년부터 산하 브랜드 시범 적용

이런 흐름 속에서 벤츠가 이미 10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프롤로지움과의 관계를 새삼 확대했다는 점은, 처음부터 새 파트너를 찾기보다 검증된 관계에서 우선권을 확보하는 실리적 선택으로 읽힌다.

중국형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GLC 350L의 측면 모습

▲ 벤츠는 GLC를 비롯한 볼륨 전기차 라인업에도 검증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사진=Mercedes-Benz

✅ 앞으로 지켜볼 지점

· 벤츠가 확보한 우선 접근권이 실제 어떤 차종에, 언제 처음 반영될지
· 프롤로지움 됭케르크 공장의 투자 규모·완공 시점 공식 발표 여부
· 팩토리얼 에너지와의 별도 협력과 이번 프롤로지움 확대 계약이 어떻게 병행될지
· 도요타·닛산 등 자체 개발 진영과의 상용화 시점 격차

6. 요약

메르세데스-벤츠가 대만 배터리 기업 프롤로지움과 10년 넘게 이어온 협력을 확대해, 4세대 전고체 배터리 셀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확보했다. 벤츠 자체 시설과 제3자 기관에서 전기적·열적·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별도로 미국 팩토리얼 에너지와도 리튬메탈 전고체 셀을 테스트 중이다.

구체적 금액이나 양산 적용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프롤로지움은 프랑스 됭케르크에 최대 44GWh 규모 공장을 계획 중이며 벤츠도 그 공급망의 고객사로 거론된다. 외르그 부르처 벤츠 이사회 멤버는 "기술 리더십과 혁신을 통해 전기 모빌리티의 미래를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새 파트너를 찾기보다 오래된 관계를 확대해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에서 벤츠가 택한 실리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