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CEO 짐 팔리는 BYD를 두고 "원가·공급망·제조·IP 모두 업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 Wikimedia Commons
"테슬라는 솔직히 업데이트된 모델이 없습니다."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나온 포드 CEO 짐 팔리의 이 한마디는 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테슬라를 저격한 것 자체도 화제였지만, 진짜 논란은 그다음 문장이었다. "원가, 공급망, 제조 노하우, 지적재산권까지 — 업계 최고는 BYD입니다."
미국 완성차 빅3 중 한 곳의 수장이 자국 EV 상징인 테슬라 대신 중국 BYD를 벤치마크 1순위로 공개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발언은 단순한 가십으로 끝나지 않았다. 포드는 실제로 전략을 바꿨고, BYD는 유럽 공장 건설로 응수했다.
1. 무슨 발언이었나 — "테슬라는 벤치마크가 아니다"
팔리의 발언은 2026년 4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테슬라가 한때 업계 전체가 따라야 할 기준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잘라 말했다. 신차 사이클이 정체된 테슬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모델을 쏟아내는 BYD가 포드가 실제로 마주한 위협이라는 취지였다.
📍 BYD, 이미 숫자로도 테슬라를 앞섰다
팔리의 발언에는 근거가 있었다. 2025년 한 해 BYD의 순수전기차(BEV) 판매는 약 226만 대로, 같은 기간 테슬라(약 164만 대, 전년 대비 9% 감소)를 60만 대 이상 앞섰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BYD(약 1,072억 달러)가 테슬라(약 977억 달러)를 넘어서며, 2025년은 BYD가 테슬라를 완전히 추월한 첫해로 기록됐다.
발언의 전체 맥락은 아래 포춘(Fortune) 원문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Fortune 원문 바로가기
2. 팔리가 본 BYD의 강점 — 원가·공급망·제조·IP
팔리가 꼽은 BYD의 강점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배터리부터 반도체까지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공급망, 이를 바탕으로 한 압도적 원가 경쟁력, 신차 개발 주기를 극단적으로 단축시키는 제조 노하우, 그리고 배터리·전동화 기술 전반에 걸친 지적재산권이다.
| 지표 | BYD | 테슬라 | 포드 |
|---|---|---|---|
| 순수전기차(BEV) 판매 | 약 226만 대 | 약 164만 대 | 비공개(EV 비중 소수) |
| 전체 완성차 판매 | 약 460만 대 | 약 179만 대 | 약 440만 대 |
| 매출(신에너지차 부문 등) | 약 1,072억 달러 | 약 977억 달러 | 비교 지표 상이 |
| 공급망 구조 | 배터리·반도체 등 수직계열화 | 배터리 일부 자체 생산 | 배터리 합작사 의존 |
▲ 팔리가 지목한 BYD의 원가 경쟁력은 돌핀 같은 저가형 라인업의 대량 생산 체제에서 나온다 ⓒ BYD
3. 머스크의 반박 — "제한 요인은 FSD가 아니라 생산량"
팔리의 발언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자, 일론 머스크는 약 4시간 만에 직접 반응했다. 그는 "이건 중국에서 감독형 FSD(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아직 승인되기 전 이야기"라며 "제한 요인은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이라고 맞받았다.
📍 서로 다른 싸움을 하고 있다
머스크의 반박은 테슬라의 승부수가 저가형 신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FSD)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포드가 주목한 것은 지금 당장 팔리는 값싼 하드웨어 경쟁력이다. 결국 팔리와 머스크는 "무엇이 다음 EV 경쟁의 승부처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은 셈이다.
4. 발언 이후 포드는 무엇을 바꿨나 — 유니버설 EV 플랫폼과 페덤
팔리의 발언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포드는 2025년 8월 발표했던 '유니버설 EV 플랫폼'을 기반으로, 2026년 8월 3만 달러 미만의 중형 전기 픽업트럭 '페덤(Fathom)'의 이름과 가격을 공개했다. 시작 가격은 목적지 배송비(1,595달러) 포함 2만 9,945달러다.
✅ 유니버설 EV 플랫폼 — 포드가 BYD식 원가 절감을 벤치마크한 결과물
· 부품 수 대폭 축소 — 단일 컨베이어 라인 대신 3갈래로 나뉜 '조립 트리' 생산 방식 도입
· 가격대 — 페덤 픽업트럭 시작가 약 3만 달러, 토요타 RAV4보다 넓은 실내 공간 표방
· 생산 계획 —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서 2027년 양산 시작
· 후속 라인업 — SUV·세단·밴 등 4만 달러 미만 신모델 5종을 2020년대 말까지 순차 출시 예정
▲ 팔리는 "테슬라는 업데이트된 모델이 없다"고 했지만, 포드 역시 마하-E 이후 이렇다 할 신모델 공백기를 겪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Ford
5. BYD의 대응 — 헝가리 공장과 유럽 관세 우회
같은 기간 BYD도 멈춰 있지 않았다. 헝가리 공장에서 2026년 4분기부터 유럽 판매용 차량을 생산할 계획을 확정하며, 현지 생산으로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우회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BYD는 이미 호주·브라질·영국 등 여러 해외시장에서 테슬라와 기아를 넘어 EV 판매 1위 브랜드에 오른 상태다.
▲ 대형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 플래티넘 트림의 실내. 포드는 이런 상위 트림 대신, BYD식 원가 구조를 겨냥한 3만 달러대 소형 전기 픽업 페덤을 준비 중이다 ⓒ Ford
📍 목표는 토요타
BYD는 이제 "5년 안에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언하고 있다. 2025년 이미 글로벌 판매 기준 포드를 제치고 6위에 오른 만큼, 업계에서는 이 목표를 단순한 구호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6. 요약 — 4월의 발언이 9월까지 이어진 이유
포드 CEO 짐 팔리의 "진짜 경쟁자는 BYD" 발언은 4월에 나온 것이지만, 그 여파는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원가·공급망·제조·지적재산권에서 BYD가 앞섰다는 팔리의 평가에 머스크는 소프트웨어(FSD) 경쟁력으로 맞받았고, 포드는 실제로 3만 달러대 유니버설 EV 플랫폼과 픽업트럭 페덤을 내놓으며 말이 아닌 전략 전환으로 응답했다.
같은 기간 BYD는 2025년 순수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추월했고, 헝가리 현지 생산으로 유럽 시장 공략까지 강화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가 공개적으로 벤치마크를 테슬라에서 중국 업체로 옮긴 이 사건은, 글로벌 EV 경쟁의 축이 실리콘밸리에서 선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