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만 번째 생산 차량은 폭스바겐과 샤오펑이 공동 개발한 첫 모델 ID. UNYX 08이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한 생산 실적 발표입니다. 폭스바겐 안후이가 8월 18일 10만 번째 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 10만 번째 차가 무엇이었느냐입니다.
ID. UNYX 08. 폭스바겐이 중국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한 첫 모델입니다.
1. 기술을 주던 쪽에서 받는 쪽으로
이 발표의 의미는 방향의 역전에 있습니다.
수십 년간의 구도는 이랬습니다. 해외 완성차 업체가 중국에 합작사를 세우고,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국 파트너는 생산과 판매망을 담당했습니다.
ID. UNYX 08은 반대입니다. 폭스바겐이 중국 업체인 샤오펑의 기술을 받아 함께 만든 차입니다.
왜 이렇게 됐나.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주행 성능보다 소프트웨어와 콕핏 경험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이 영역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의 개발 속도는 중국 신생 업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자체 소프트웨어 조직에서 여러 차례 일정 지연을 겪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이 지연은 곧 판매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선택은 두 가지였습니다. 자체 개발을 계속 밀어붙이거나, 현지 기술을 사 오거나. 안후이 합작사는 후자를 택한 결과물입니다.
▲ ID. UNYX 08은 폭스바겐이 중국 샤오펑의 기술을 받아 함께 개발한 첫 모델이다
2. 허페이 공장에서 무엇을 만드나
안후이 합작사의 허페이 공장에서 나오는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델 | 비고 |
|---|---|
| 쿠프라 타바스칸 | 첫 모델, 해외 시장 전용 생산 |
| ID. UNYX 06 / 07 / 08 | 중국 시장용 |
| ID. UNYX 09 | 2026년 중 출시 예정 |
쿠프라 타바스칸이 해외 전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중국에서 만들어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 허페이 공장은 중국 내수용 ID. UNYX와 해외 수출용 쿠프라를 함께 만든다
이 구조는 관세 문제와 직접 맞물립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유럽 브랜드가 중국에서 만들어 유럽으로 보내는 차도 그 대상이 됩니다. 폭스바겐 같은 업체에게는 자기 발등을 찍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합작사 지분 구조도 짚어둘 만합니다. 2017년 JAC 폭스바겐으로 출발했고, 2020년 말 폭스바겐이 지분을 7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중국이 합작사 지분 제한을 푼 뒤 해외 업체가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입니다.
3. 10만 대라는 숫자의 크기
2년여에 10만 대.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단순 계산하면 연 4~5만 대 수준입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큰 숫자는 아닙니다. 중국 상위 업체는 월 판매만으로 이 숫자에 근접합니다.
다만 맥락을 봐야 합니다.
- 신설 브랜드다 — ID. UNYX는 인지도를 처음부터 쌓아야 했다
- 수출 물량이 섞여 있다 — 쿠프라는 해외 시장으로 나간다
- 가격대가 다르다 — 중국 저가 경쟁 구간과 직접 겹치지 않는다
폭스바겐 입장에서 이 공장의 의미는 물량보다 학습에 있습니다. 중국 방식의 개발 속도와 공급망 구조를 안에서 익히는 거점입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이 협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샤오펑과의 공동 개발은 ID. UNYX 08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고, 중국에서 개발한 플랫폼을 다른 시장에 쓰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 샤오펑은 폭스바겐에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됐다
4. 국내 업체에 던지는 질문
같은 문제는 국내 업체에도 해당됩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존재감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품질이나 내구성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소프트웨어 경험을 맞추지 못한 데 있다는 분석이 반복됩니다.
선택지는 폭스바겐이 마주한 것과 같습니다.
- 자체 개발을 밀어붙인다 — 현대차그룹은 Pleos 같은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 현지 기술을 받아온다 — 개발 속도는 빠르지만 핵심 역량이 외부에 남는다
두 번째 경로의 위험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는 최근 다른 사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체리와 재규어랜드로버의 합작 브랜드 프리랜더가 홍보 페이지에 다른 회사 차의 차체 구조 이미지를 잘못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 폭스바겐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을 겪은 뒤 중국 현지 기술을 받아오는 쪽을 택했다
5. 정리
폭스바겐 안후이가 2026년 8월 18일 10만 번째 전기차를 생산했습니다. 기념 차량은 폭스바겐과 샤오펑이 공동 개발한 첫 모델 ID. UNYX 08이었습니다.
2024년 2월 양산을 시작해 2년여 만에 이룬 기록입니다. 허페이 공장에서는 쿠프라 타바스칸(해외 전용)과 ID. UNYX 06·07·08을 만들고, 09가 2026년 중 나올 예정입니다.
합작사는 2017년 JAC 폭스바겐으로 출발했고 2020년 말 폭스바겐 지분이 75%가 됐습니다. 기술을 제공하던 쪽이 받는 쪽이 된 구도가 이 발표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