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 EX90 — 6인승 풀옵션 기준 가격은 1억2,320만원,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48km다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 SUV EX90을 시승했습니다. 가격은 6인승 풀옵션 기준 1억2,320만원, 공차중량은 2,689kg에 달합니다. 전장 5,037mm, 전폭 1,964mm, 전고 1,741mm, 휠베이스 2,985mm의 큰 체구에 106kWh NCM 배터리(CATL 제품)를 얹었습니다. 이 정도 덩치와 무게의 차가 어떻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낼 수 있는지가 이번 시승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1. 승차감의 비결, '2챔버 에어서스펜션'
EX90의 승차감을 만드는 핵심은 네 바퀴에 모두 적용된 2챔버 전자제어 댐퍼와 에어서스펜션의 조합입니다. 탑승 인원과 적재 하중에 관계없이 차고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주행 속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감쇠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합니다. 실제로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을 지날 때 무거운 차체를 부드럽게 띄워 보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7톤에 가까운 공차중량이 무색할 정도로, 충격이 차체를 거치지 않고 서스펜션 선에서 흡수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볼보 EX90 후면부 — 대형 SUV답지 않은 안정적인 고속 주행감이 특징이다
2. 울트라 680마력 vs 퍼포먼스 456마력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최상위 울트라 트림은 최대 680마력(500kW)을 내며 제로백은 4.2초에 불과합니다. 대형 3열 SUV라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가속력입니다. 아래 등급인 퍼포먼스 트림은 456마력(335kW)으로, 일상 주행에서는 충분한 힘이지만 울트라만큼의 순간 가속력은 아닙니다. 두 트림 모두 무거운 차체를 감안하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특히 고속 합류 구간에서의 즉각적인 반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항목 | 사양 |
|---|---|
| 차체 크기 | 5,037 × 1,964 × 1,741mm |
| 공차중량 | 2,689kg |
| 배터리 | 106kWh NCM(CATL) |
| 울트라 트림 출력 | 680마력, 제로백 4.2초 |
| 퍼포먼스 트림 출력 | 456마력 |
| 국내 인증 주행거리 | 448km |
| 복합전비 | 3.8km/kWh |
| 유럽 WLTP 주행거리 | 625km |
| 가격(6인승 풀옵션) | 1억2,320만원 |
3. 국내 인증 448km, 유럽 WLTP와 격차가 큰 이유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48km, 복합전비는 3.8km/kWh입니다. 반면 유럽 WLTP 기준으로는 625km까지 표기됩니다. 두 수치 사이의 격차는 약 177km로, 이는 인증 방식의 차이와 함께 2.7톤에 달하는 공차중량, 그리고 대형 SUV 특유의 공기저항이 국내 인증 조건에서 더 불리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3열까지 갖춘 대형 전기 SUV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장거리 이동이 잦은 소비자라면 448km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충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루미나(Luminar)가 개발한 라이다 센서가 지붕 전면부에 기본 탑재된다 — 양산차 최초로 라이다를 표준 사양으로 갖춘 모델 중 하나다
4. 3열은 좁고, 2열은 손이 많이 간다
단점도 명확했습니다. 3열 공간은 성인이 장시간 앉기에는 협소했습니다. 3열까지 갖춘 대형 SUV라는 타이틀에 비해, 실제로는 어린이나 짧은 거리 이동용으로 쓰는 게 현실적입니다. 2열 조작 방식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폴딩·슬라이딩 조작이 전동이 아닌 수동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격대 프리미엄 SUV에서는 다소 낮은 사양으로 느껴집니다. 전체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은 만족스러웠지만, 세부적인 편의장비 구성에서는 동급 럭셔리 브랜드 대비 아쉬운 지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 전시장에 놓인 EX90 울트라 트림 — 3열까지 갖춘 7인승 구성이지만, 3열은 협소하고 2열 폴딩·슬라이딩이 수동 조작이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5. 그래서, 1억2,320만원은 납득할 만한가
결론적으로 EX90은 '가장 볼보다운 전기 SUV'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차였습니다. 부드러운 승차감, 고속 안정감, 조용한 실내는 볼보가 오랫동안 쌓아온 강점이 전동화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3열 협소함과 2열 수동 조작 같은 디테일에서는 1억원이 넘는 가격표만큼의 완성도를 완전히 채우지는 못했습니다. 대형 3열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라면, 승차감과 정숙성을 최우선으로 볼 때는 확실한 선택지이지만, 최상위 편의장비까지 기대한다면 트림별 옵션 구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