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놓인 기아 EV9 전기 SUV

▲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아 EV9 등 한국산 전기차는 세액공제 조기 종료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 Wikimedia Commons

1. 예정보다 3년 일찍 끝난 세액공제, 그로부터 1년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당초 계획보다 3년 가까이 앞당겨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이른바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조항이 담겨 상하원을 통과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7월 4일 서명하면서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신차 구매 세액공제가 2025년 9월 30일부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 글을 쓰는 2026년 9월 기준으로는 이미 종료 1주년을 넘긴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설계했던 세액공제는 원래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다. 조기 종료 직후에는 '10월 판매 절벽이 얼마나 깊을지'가 관심사였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절벽이 실제로 얼마나 깊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시장이 어떻게 재편됐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미국의 한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 전경

▲ 세액공제 종료는 전기차 판매뿐 아니라 관련 충전 인프라 투자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Wikimedia Commons

2. "오늘 다 팔렸다"... 1년 전 마지막 세일에 몰렸던 소비자들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2025년 9월, 미국 소비자들은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딜러숍으로 몰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 기아 딜러는 "9월에만 200대 가까이 팔렸고 오늘 중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딜러들도 여름부터 9월 말까지 전기차 판매에 화력을 집중했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달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지금이 7500달러 골든타임"이라는 표현이 퍼졌고, 실구매를 서두르는 수요가 2025년 9월 판매량을 밀어 올렸다. 이 골든타임 러시는 세액공제가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반짝 특수였을 뿐, 그 이후의 그림은 전혀 달랐다.

3. 예고됐던 판매 절벽, 실제로는 더 가팔랐다

세액공제 종료 당시 미 싱크탱크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약 27%(31만 7000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고, 일부 분석에서는 감소폭을 37%까지 보기도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실제 수치를 보면 이런 전망조차 낙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7월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7% 급감해 4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5년 한 해 전체로도 대미 전기차 수출이 8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실적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6년 8월 두 회사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7678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52.3% 감소했다. 다만 전체 판매량 자체는 선방했다. 같은 달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총 17만 8405대를 판매했으며, 특히 기아는 8만 3793대로 역대 최다 월간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전기차 수요 공백을 하이브리드 차량이 메운 결과다. 두 회사의 하이브리드 판매는 2026년 8월 처음으로 월 5만 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기차 올인" 대신 "전기차+하이브리드 투트랙"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전략이 실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북미 오토쇼에 전시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 세액공제 소멸로 전기차 수요가 위축된 자리를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채우며,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미국 판매는 2026년 8월 월 5만 대를 처음 넘어섰다. ⓒ Wikimedia Commons

장기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30년 미국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 전망치를 기존 47.5%에서 27%로 대폭 낮춰 잡았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전후 비교(2025년 9월 종료 기준)
구분종료 전(~2025년 9월 30일)종료 후 1년(2026년 9월 현재)
신차 구매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없음
중고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4000달러없음
대미 한국산 전기차 수출 증감(전년比)2025년 9월 막바지 구매 러시2025년 연간 -87%, 2026년 7월 -97%(4년래 최저)
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판매(2026년 8월, 전년比)-7678대, -52.3%
현대차·기아 美 하이브리드 판매(2026년 8월)-월 5만 대 최초 돌파, 역대 최대
2030년 美 전기차 비중 전망(BNEF)47.5%27%로 하향

4. 한국 완성차 업체의 셈법

현대차는 전기차 올인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픽업트럭, 상용차, 수소전기트럭 등으로 라인업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실제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라는 형태로 이 전환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동시에 25%에 달하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 판매 가격은 인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액공제 소멸과 관세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가격까지 올리면 판매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세액공제 종료 전 한국경제인협회(관세무역개발원 인용 보도) 분석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연간 최대 4만 5828대, 매출로는 약 2조 72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앞서 살펴본 2026년 8월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 감소폭(-52.3%)은 이 전망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조지아주 등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온 현대차·기아로서는 생산 계획과 라인업 구성을 재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9 대형 전기 SUV

▲ 현대차는 대형 SUV 아이오닉9을 비롯한 전기차 라인업의 미국 판매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Wikimedia Commons

5. 남은 변수들

세액공제 종료 1년,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빨리 자생력을 회복하느냐는 여전히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할인이나 리스 프로그램으로 세액공제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충전 인프라 투자가 정책 지원 없이도 지속될지, 그리고 주 정부 차원의 별도 인센티브가 연방 세액공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감소폭은 애초 전망(27~37%)보다 오히려 컸고,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단일 전략 대신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투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틀어 전체 판매량 자체는 지켜냈다. 문제는 이 조정이 일시적 회복 국면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 전기차 전환 속도 자체를 구조적으로 늦추는 흐름으로 굳어질지에 있다.

현대차 울산 공장 자동차 조립 라인

▲ 미국 관세와 세액공제 소멸이 겹치면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수출 라인업을 재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 세액공제 종료 1년, 미국 전기차 시장 지금 주목할 지점

· 2026년 7월 대미 전기차 수출 -97%(4년래 최저)가 저점인지 추가 하락인지
·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투트랙 전략이 계속 통할지
· 완성차 업체 자체 할인·리스 프로그램 확대 여부
· 주 정부 단위 별도 인센티브 신설 움직임

6. 정리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는 2025년 9월 30일 예정보다 3년 일찍 사라졌고, 그 직전 한 달의 반짝 특수 이후 예고됐던 수요 절벽은 실제로 찾아왔다 — 그것도 당초 전망(27~37%)보다 가파르게. 2026년 7월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고, 현대차·기아의 8월 미국 전기차 판매도 52.3% 줄었다. 다만 두 회사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역대 최대로 끌어올리며 전체 판매량 자체는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정책 지원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생존 전략은 '전기차 올인'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 투트랙'으로 이미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