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만든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친환경"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나왔다
"이미 만들어진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친환경"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상식처럼 쓰였습니다.
차를 새로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가 크니, 기존 차를 수명 끝까지 쓰는 편이 낫다는 논리였습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결론은 반대였습니다.
1. 통념이 만들어진 이유
먼저 기존 논리가 왜 설득력이 있었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한 대 만들 때는 상당한 탄소가 발생합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련, 부품 가공, 조립, 물류가 모두 배출을 만듭니다. 전기차는 여기에 배터리 제조 배출이 더해집니다.
이를 내재 탄소(embodied carbon)라고 부릅니다. 차가 도로에 나오기 전에 이미 발생한 몫입니다.
그래서 "새 차를 만드는 대신 있는 차를 쓰면 그 배출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했습니다. 특히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 배출이 크다는 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해왔습니다.
2. 연구가 실제로 계산한 것
연구진은 내연기관차의 생애주기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 시나리오 | 내용 |
|---|---|
| ①전체 수명 | 16년을 다 채우고 교체 |
| ②중간 폐차 | 11년 후 폐차하고 전기차로 교체 |
| ③조기 폐차 | 2년 후 폐차하고 전기차로 교체 |
결과는 ③번이 가장 좋았습니다. 2년 만에 폐차한 경우 누적 배출이 44% 줄었습니다.
탄소 회수 기간은 3년으로 계산됐습니다. 새 전기차를 만드는 데 든 배출을, 주행 단계의 배출 차이로 3년이면 갚는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의 표현이 결론을 압축합니다.
"배출 관점에서 보면, 전환이 너무 이른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편익이 첫날부터 쌓이기 시작한다는 부분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야 이득으로 돌아서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연구는 중고로 되파는 것이 아니라 폐차하는 경우를 전제로 계산했다
3. 하이브리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연구에서 특히 짚어둘 부분입니다. 하이브리드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절충안으로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연비가 좋고 충전 인프라가 필요 없어, "현실적인 친환경"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최근 시장은 하이브리드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가 16% 줄고 하이브리드가 63% 늘었다는 수치도 나왔습니다.
전기차 16% 감소, 하이브리드 63% 증가 기사 보기
이 연구는 그 흐름에 대한 반론에 가깝습니다. 하이브리드도 결국 연료를 태우는 차이고, 전기차로 바꾸는 편이 배출 측면에서 낫다는 결론입니다.
4. 이 연구를 읽을 때 주의할 점
결과를 그대로 실생활에 옮기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①"폐차"가 전제입니다. 연구는 중고로 되파는 것이 아니라 폐차하는 경우를 계산했습니다. 내 차를 팔면 그 차는 다른 사람이 계속 탑니다. 도로 위 총량은 줄지 않습니다.
②전력 구성이 변수입니다. 전기차의 주행 배출은 그 나라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석탄 비중이 높으면 이득 폭이 줄어듭니다.
③경제성은 별개 문제입니다. 이 연구는 배출량을 계산한 것이지 개인의 지출을 계산한 것이 아닙니다. 멀쩡한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는 것은 개인에게는 명백한 손실입니다.
④자원 관점이 빠져 있습니다. 탄소 외에 배터리 원자재 채굴과 폐기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즉 이 연구가 말하는 것은 "개인이 지금 차를 버려야 한다"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조기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배출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5. 국내 제도와 어떻게 맞물리나
국내에는 이미 비슷한 방향의 제도가 있습니다.
내연차 전환지원금이 대표적입니다. 3년 이상 보유한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로 바꾸면 지원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 연구는 그런 제도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성격입니다. 조기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배출 감축에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 제도는 대체로 "처분"을 조건으로 하지 "폐차"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중고로 팔아도 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전기차의 주행 배출은 그 나라 전기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연구의 전제와 제도의 조건이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배출 총량 관점에서는 폐차와 매각의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 전기차의 내재 탄소 대부분은 배터리 제조에서 나온다. 연구는 3년이면 회수된다고 봤다
6. 정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가 내연기관차를 조기에 폐차하고 전기차로 바꾸는 편이 기후에 낫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2년 만에 폐차한 경우 누적 배출이 44% 감소했고, 탄소 회수 기간은 3년으로 계산됐습니다. 하이브리드를 대체하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다만 전제가 "폐차"입니다. 중고로 되파는 경우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력 구성과 개인의 경제성은 별도 문제입니다.
이 연구를 "지금 차를 버려라"로 읽으면 과합니다. 정책적으로 조기 전환을 유도할 근거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