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3 전면부

▲ 폴스타 3. 볼보 EX90과 플랫폼·배터리를 공유하지만 3열이 없다

폴스타 3와 볼보 EX90은 형제차입니다. 같은 플랫폼을 쓰고, 같은 106kWh 배터리를 얹고, 실내 구성도 상당 부분 공유합니다. 그런데 두 차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성격이 확연히 갈립니다. 차이를 만든 결정은 하나입니다. 폴스타 3는 3열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 선택이 이 차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짚어봤습니다.

1.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만들었다

두 차가 공유하는 것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플랫폼이 같고, 106kWh NCM 배터리(CATL 제조)가 같고, 800V 기반 전기 아키텍처가 같습니다. 실내 디자인 언어와 상당수 부품도 공유합니다. 제조 원가 관점에서 보면 형제차 전략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갈라지는 지점은 좌석 구성입니다. EX90은 3열 7인승을 기본 전제로 설계된 패밀리 SUV입니다. 폴스타 3는 2열 5인승입니다. 같은 크기의 차체에서 3열을 들어내면 뒤쪽 공간이 통째로 남습니다. 그 공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차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폴스타는 그 여유를 낮은 지붕선과 트렁크, 그리고 무게 배분에 썼습니다. 3열 승객과 그들의 안전 구조물, 시트 기구를 걷어내면 차 뒤쪽이 가벼워집니다. 무게중심도 내려갑니다. 핸들링을 다루는 차를 만들기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 됩니다.

폴스타 3 vs 볼보 EX90 성격 비교
항목폴스타 3볼보 EX90
좌석2열 5인승3열 7인승
플랫폼공유
배터리106kWh NCM (CATL)
지향핸들링·주행 재미패밀리·정숙성
구동 성향후륜 중심안정 지향

폴스타 3 측면

▲ 폴스타 3 측면. 휠베이스는 2,985mm로 2열 공간이 넉넉하다

2. 544마력과 4.7초 — 숫자가 말하는 것

듀얼모터 기준 출력은 400kW, 즉 544마력이고 최대토크는 740Nm(75kgf·m)입니다. 0→100km/h는 4.7초입니다. 2톤이 넘는 대형 SUV에서 나오는 숫자로는 상당히 빠릅니다.

다만 주목할 것은 최고 숫자보다 구동 성향입니다. 폴스타 3는 듀얼모터임에도 후륜에 무게를 실은 세팅을 씁니다. 전기 SUV 대부분이 앞뒤 출력을 고르게 나눠 안정 지향으로 가는 것과 다른 선택입니다. 코너를 빠져나올 때 뒤가 밀어주는 감각이 살아나고, 고속에서의 거동도 더 또렷해집니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이 더해집니다. 무거운 배터리를 얹은 대형 SUV에서 롤을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인데, 에어 서스펜션은 상황에 따라 감쇠력을 바꿔 이 문제를 다룹니다. 시승 평가에서 "와인딩에서 롤을 잘 잡아준다", "스티어링을 잡으면 자꾸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는 인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최상위 퍼포먼스 트림은 680마력까지 올라갑니다. 가격은 9,990만 원으로, 듀얼모터 기본형 8,590만 원과 1,400만 원 차이입니다.

폴스타 3 트림별 제원
항목듀얼모터퍼포먼스
최고출력544마력680마력
최대토크740Nm (75kgf·m)-
0→100km/h4.7초더 빠름
가격8,590만 원9,990만 원

3. 22분과 486km — 실사용 관점의 숫자

배터리는 106kWh NCM으로, CATL이 만듭니다. 복합 전비는 5.3km/kW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86km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800V 아키텍처입니다. 최대 350kW 급속충전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걸립니다. 106kWh라는 큰 용량을 감안하면 짧은 편입니다. 배터리가 클수록 충전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상식인데, 고전압 구조가 이를 상쇄합니다.

다만 이 숫자는 350kW급 충전기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국내 급속충전 인프라는 100~200kW급이 주를 이루고, 350kW급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실사용에서 22분을 체감하려면 충전소 선택이 따라와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프라가 확충될수록 이 차의 장점이 뒤늦게 드러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폴스타 3 후면부

▲ 폴스타 3 후면. 트렁크는 597L, 2열을 접으면 1,411L까지 늘어난다

4. 물리 버튼이 볼륨 다이얼 하나뿐인 실내

실내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따릅니다.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9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들어가고, 플로팅 형태의 센터 콘솔이 놓입니다. 그리고 물리식 컨트롤은 볼륨 다이얼 하나뿐입니다.

이 구성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하지만, 주행 중 공조나 주행 모드를 바꾸려면 화면을 봐야 합니다. 최근 유럽 안전 평가에서 물리 버튼 유무를 평가 항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폭스바겐처럼 터치 일변도에서 물리 버튼으로 되돌아가는 제조사도 나오는 상황이라 이 선택이 계속 유지될지는 지켜볼 대목입니다.

공간은 넉넉합니다. 휠베이스 2,985mm로 2열 무릎 공간이 여유롭고, 트렁크는 기본 597L에서 2열을 접으면 1,411L까지 확장됩니다. 3열이 없다는 것은 7명을 태울 수 없다는 뜻이지만, 5명이 타고 짐을 싣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리합니다.


볼보 EX90 전면부

▲ 볼보 EX90. 같은 플랫폼이지만 3열 7인승 패밀리 SUV로 설계됐다

5. 그래서 누가 사야 하는가

두 차의 선택 기준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EX90이 맞는 경우는 3열이 실제로 필요할 때입니다. 아이가 셋 이상이거나, 부모님을 자주 모시거나, 7인승 등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정숙성과 편안함을 우선한 세팅도 장거리 가족 이동에 유리합니다.

폴스타 3가 맞는 경우는 3열을 쓸 일이 없고, 대신 운전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입니다. 같은 크기의 차를 몰면서 핸들링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차는 흔치 않은 선택지입니다. 대형 전기 SUV 중에서 '운전이 재밌다'는 평가를 받는 차는 많지 않습니다.

가격 면에서는 듀얼모터 8,590만 원이 기준점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가격에 따라 지급 비율이 달라지므로, 실구매가는 별도로 계산해봐야 합니다.

전기차 보조금 지역별 확인

정리하면, 폴스타 3는 형제차와 부품을 나눠 쓰면서도 성격은 나눠 갖지 않은 사례입니다. 플랫폼 공유가 곧 차의 개성 상실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좌석 한 줄을 덜어낸 결정 하나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