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실내,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보인다

▲ 메르세데스는 MBUX 하이퍼스크린 등으로 터치스크린을 극대화해왔지만, 이제는 물리 버튼을 다시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 Deathpallie325,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메르세데스-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가 자동차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때로는 기술을 위한 기술을 하다가 고객을 잠깐 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리적 조작 버튼을 없애고 대시보드 전체를 MBUX 하이퍼스크린·슈퍼스크린 같은 초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채워온 지난 몇 년의 실내 디자인 전략에 대한 사실상의 반성입니다.

1. 벤츠가 밀어붙인 '화면 극대화' 전략

메르세데스는 최근 몇 년간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터치스크린을 확대해온 브랜드입니다. EQS에 처음 적용된 MBU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대시보드 전체를 하나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연결했고, 공조·시트·주행모드 조작 버튼 상당수를 화면 속 메뉴로 옮겼습니다. 물리 버튼을 줄이는 대신 화면 하나로 모든 걸 통합한다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2. "최저 버튼 수준엔 도달했다" — CEO의 자기반성

그런데 칼레니우스 CEO는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가 최대 스크린에 도달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저 버튼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화면을 더 줄일 계획은 없지만, 버튼을 이보다 더 줄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는 이미 스티어링휠의 물리 조작 버튼을 복원했으며, "버튼이 의미 있는 곳에는 물리 조작을 계속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번 발언에서 분명히 선을 그은 부분도 있습니다. 거대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자체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즉 벤츠의 방향 전환은 "화면을 없애자"가 아니라 "자주 쓰는 조작만큼은 화면 밖으로 다시 꺼내자"는 절충안에 가깝습니다.


3. 국내에서도 이미 나타난 흐름 — KGM 뉴 토레스의 다이얼

KGM 뉴 토레스 페이스리프트 실내, 터치 조작 대신 다이얼로 바뀐 부분이 보인다

▲ KGM 뉴 토레스 페이스리프트는 기존 터치 방식 조작 일부를 다이얼로 되돌렸다 ⓒ KGM

이런 흐름은 수입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카프리즘이 앞서 다룬 KGM 뉴 토레스 페이스리프트 기사에서도, 기존 터치 조작 방식 일부를 다이얼로 되돌린 실내 변화를 짚은 바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이미 "터치 만능주의"에서 한발 물러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벤츠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CEO가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방향 전환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4. 왜 하필 지금인가 — 터치스크린이 값을 깎아먹는다는 증거

이 방향 전환의 배경에는 소비자 불만 이상의 이유가 있습니다. 카프리즘이 앞서 다룬 중고차 가치 역전 현상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의존한 최신 차량일수록 가치 하락 속도가 빠르고, 오히려 물리적 조작계를 유지한 구형 모델이 가치를 지키거나 오르는 역설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빠르게 구식이 되어 차량을 휴대폰처럼 소모품 취급하게 만든다"는 진단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신호입니다. 화면에 지나치게 의존한 설계가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잔존가치에도 악영향을 준다면, 이는 판매 전략 차원의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5. 어디까지가 '의미 있는 버튼'인가

칼레니우스 CEO의 발언에서 주목할 표현은 "버튼이 의미 있는 곳에"입니다. 이는 모든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운전 중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않고도 조작해야 하는 안전 관련 기능(공조 온도, 열선, 주행모드, 볼륨 등)에 한해 물리 조작을 우선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반대로 내비게이션 설정이나 인포테인먼트 메뉴처럼 정차 중 또는 저빈도로 조작하는 기능은 계속 화면 안에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6. 소비자 입장에서 체크할 것

결국 벤츠의 이번 발언은 "화면이냐 버튼이냐"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두 방식이 각자 잘하는 영역으로 재배치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화면은 정보와 커스터마이징을, 버튼은 즉각적이고 안전한 조작을 맡는 방향으로 업계 전반이 조정에 들어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