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카 참고 이미지. 런던에서는 외국 등록 슈퍼카의 과태료 미납이 반복되고 있다 ⓒ CarPrism
여름이 되면 런던 중심가에는 걸프 지역에서 실려 온 슈퍼카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과태료가 쌓인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아랍에미리트 등록 차량에 부과된 과태료는 1만 3,423건이었다. 그런데 실제 납부율은 1%에 그쳤다.
1. 왜 못 걷나 — 구조의 문제
▲ 런던 시내(참고 이미지). 단속은 이뤄지지만 징수로 이어지지 않는 구간이 있다 ⓒ Wikimedia Commons
징수가 막히는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 단계 | 막히는 지점 |
|---|---|
| 고지서 발송 | 해외 소유자의 주소 확보가 어렵다 |
| 정보 확인 | 민사 채무 징수 목적의 국가 간 정보 공유가 제한된다 |
| 추심 | 차량이 출국한 뒤에는 국제 추심이 비효율적이다 |
| 강제 집행 | 미납만으로는 차량을 압류할 권한이 부족하다 |
결국 단속 카메라나 단속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속 이후의 절차가 국경에서 끊기는 구조가 문제다. 차량이 컨테이너에 실려 돌아가고 나면 사실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
2. 인구 300만 카타르가 독일·프랑스를 제쳤다
▲ 런던 도심 명품 매장 앞에 세워진 슈퍼카.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이곳이 런던임을 보여준다 ⓒ CarPrism
국적별로 보면 편중이 뚜렷하다. 지난해 기준 카타르 등록 차량에 부과된 과태료가 2,570건으로 외국 등록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인구가 약 300만 명이고 런던에서 6,000km 넘게 떨어진 나라가, 훨씬 크고 가까운 독일·프랑스를 제친 것이다.
여기에 UAE·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더한 걸프 4개국을 합치면 그해 웨스트민스터가 외국 등록 차량에 부과한 과태료의 41%를 차지했다. 소수의 차량이 반복적으로 위반해도 제재가 누적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 걸프 지역 차주가 여름 한 철을 위해 자기 차를 런던까지 항공으로 실어 오는 비용은 편도 약 3만 4,000달러(왕복 6만 8,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건에 수십~수백 파운드인 주차 과태료가 억지력이 되기 어려운 이유다.
3.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
▲ 슈퍼카 참고 이미지. 반복 위반 차량에 대한 출국 전 집행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 CarPrism
제시되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 등록정보의 국가 간 공유를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출국 전 집행과 연결하는 것이다. 미납이 쌓인 차량이 항만이나 공항에서 반출될 때 확인 절차를 거치게 하면 실효성이 생긴다는 논리다.
다만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 주차 과태료 미납만을 이유로 지자체에 차량 압류 권한을 넓혀 주는 방안에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민사 채무 징수를 목적으로 한 차량 소유자 정보의 국제 공유 역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제도 개선의 두 축이 모두 막혀 있는 셈이다.
4. 이미 쓰고 있는 카드 — 클램핑과 견인
▲ 롤스로이스 고스트(참고 이미지). 웨스트민스터는 상습 미납 차량에 대해 견인까지 집행하고 있다 ⓒ CarPrism
그래서 웨스트민스터가 실제로 쓰는 수단은 고지서가 아니라 바퀴 잠금(클램핑)과 견인이다. 통상 미납 과태료가 3건 이상 쌓인 차량을 '상습 회피 차량'으로 분류해 클램핑·견인 대상으로 삼는다. 서류 절차가 국경에서 끊기더라도, 차가 런던에 있는 동안 물리적으로 붙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스트민스터는 메이페어 그로브너 스퀘어 일대의 불법 주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5성급 호텔 앞에 세워져 있던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고가 차량들을 견인해 갔다. 인도를 막고 세워 둔 슈퍼카에 대한 주민 민원이 이어진 뒤 나온 조치였다.
5. 국내에 주는 시사점
▲ 도로변 주차(참고 이미지). 단속 건수와 실제 징수액의 간극은 국내에서도 반복되는 문제다 ⓒ CarPrism
▲ 국내 경찰차(참고 이미지). 단속과 징수를 잇는 절차 설계가 관건이다 ⓒ CarPrism
국내에서도 단속 건수와 실제 징수액의 간극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다. 카메라를 늘리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단속 이후 실제 징수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례의 교훈이다.
6. 정리
체크포인트
-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UAE 등록 차량 과태료 1만 3,423건 중 납부는 1%다.
- 원인은 주소 확보·정보 공유·국제 추심·압류 권한의 네 가지 단절이다.
- 영국 정부는 압류 권한 확대와 정보의 국제 공유 모두에 선을 그었다.
- 현실적 수단은 클램핑·견인이다. 미납 3건 이상이면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