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 측면부, 회색 차체와 블랙 알로이 휠이 보인다

▲ 기아 쏘렌토 — 2.2 디젤 모델은 7월 3일 오후 5시 계약분을 끝으로 신규 생산이 종료됐고, 남은 재고 소진분만 판매되고 있다

기아 쏘렌토 2.2 디젤이 7월 3일 오후 5시 계약분을 마지막으로 신규 생산을 멈췄습니다. 2002년 1세대 쏘렌토가 나온 이후 24년간 이어져 온 디젤 엔진의 역사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전산망의 차종 코드조차 영구 미사용으로 전환됐고, 지금은 이미 만들어진 재고 물량만 제한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지금이 쏘렌토 디젤을 새 차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입니다.

1. 숫자가 말해주는 단종의 이유

쏘렌토 디젤이 사라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쏘렌토 전체 판매량 중 디젤 모델의 비중은 5.5%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더 줄었습니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79.6%로 전년보다 7.7%포인트 늘며 사실상 쏘렌토의 대표 파워트레인 자리를 완전히 차지했습니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디젤을 고르는 사람은 20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한 셈입니다. 참고로 남은 2.5 가솔린 터보 모델의 비중도 14.9%로 전년 대비 6%포인트 감소해, 디젤뿐 아니라 순수 내연기관 전반의 선호도가 하이브리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아 쏘렌토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기아 로고가 보인다

▲ 기아 쏘렌토 전면부 — 상반기 판매 비중에서 디젤은 5.5%까지 떨어진 반면 하이브리드는 79.6%까지 올라섰다


2. 24년 역사, 이렇게 끝난 게 아쉬운 이유

쏘렌토 디젤은 단순한 파워트레인 옵션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2002년 1세대 출시 이후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아빠들의 인생 차'로 불릴 만큼 오랜 세월 가정용 SUV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던 엔진입니다. 튼튼한 저속 토크와 준수한 연비로 캠핑이나 장거리 가족 여행에 최적화된 선택지였고, 세대를 거듭하며 개선을 이어온 만큼 완성도에 대한 신뢰도 두터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단종 과정에는 그 흔한 '마지막 에디션'이나 기념 이벤트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어느 날 계약이 막히는 방식으로,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입니다.

기아 쏘렌토 후면부, KIA 레터링과 리어램프가 보인다

▲ 기아 쏘렌토 후면부 — 화려한 단종 이벤트 없이, 전산망 차종 코드가 영구 미사용으로 전환되는 방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3. 디젤이 밀려난 배경, 규제도 한몫했다

판매 부진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배출가스 규제 강화도 디젤의 입지를 좁힌 요인 중 하나입니다. 유로-6E 기준이 2025년 9월부터 기존 인증 차량까지 확대 적용됐고, 2026년 9월부터는 중·소형 경유차 신규 인증에도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규제에 맞춰 엔진을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이미 하이브리드로 완전히 기운 소비자 선호를 함께 고려하면 신규 인증을 위한 추가 투자보다는 라인업에서 정리하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쏘렌토보다 앞서 플래그십 SUV의 V6 디젤 엔진이 이미 전년도에 단종됐고, 대형 미니밴의 디젤 트림도 라인업에서 빠진 바 있어, 이번 결정은 기아의 디젤 정리 수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남은 재고,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

기아 쏘렌토 실내, 대시보드와 센터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 기아 쏘렌토 실내 — 남은 재고 물량에는 생산 시기에 따라 100만~200만원 수준의 현금 할인이 붙어 있다

지금 시점에서 쏘렌토 디젤을 구매하려면 이미 생산된 재고 물량 중에서 골라야 합니다. 생산 시기에 따라 100만~200만원 수준의 현금 할인이 적용되고 있어, 가격만 놓고 보면 오히려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재고가 소진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디젤 특유의 저속 토크와 장거리 연비 효율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남은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딜러를 통해 서둘러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5. 2027년형 쏘렌토, 무엇으로 채워지나

디젤이 빠진 자리는 2.5 가솔린 터보와 1.6 터보 하이브리드가 채웁니다. 기아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판매 115만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13종 확대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쏘렌토 디젤 단종은 이 큰 그림의 한 조각인 셈입니다. 이미 소비자 선택이 하이브리드로 완전히 기운 상황에서, 기아 입장에서는 판매 비중이 낮은 파워트레인을 유지하기보다 수요가 확인된 라인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쪽이 자연스러운 결정으로 보입니다.


6. 구매 전 체크리스트

24년을 이어온 파워트레인이 사라지는 순간치고는 지나치게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판매 비중 5.5%라는 숫자 앞에서는, 이 조용한 퇴장이 오히려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쏘렌토 디젤을 원한다면, 남은 재고가 이 차와의 마지막 접점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