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3년식 젠센 인터셉터. 신형 GTX는 이 차의 계보를 60년 만에 잇는다 ⓒ Calreyn88,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966년 등장해 1970년대 영국을 대표하던 GT카 젠센 인터셉터가 60년 만에 돌아왔다. 젠센 인터내셔널 오토모티브가 내놓은 신형 '인터셉터 GTX'다. 6.8리터 슈퍼차저 V8로 973마력을 내지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 번호판을 달 수 없는 트랙 전용 모델이라는 점이다.
1. 973마력, 그런데 여유가 더 있다
▲ 1971년식 젠센 인터셉터 MkII. 원형 모델은 미국제 V8을 얹은 영국 GT카였다 ⓒ Mr.choppers,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심장은 GM의 젠5 LT 계열 6.2리터 V8 블록을 기반으로 배기량을 6.8리터까지 키우고 2.65리터 슈퍼차저를 얹은 구성이다. 드라이 섬프 윤활, CNC 가공 실린더 헤드, 티타늄 밸브가 더해져 원형 GM 엔진과는 사실상 다른 물건이 됐다. 현재 세팅은 973마력이지만, 제작사는 이 엔진이 최고 1,217마력, 최대토크 152.0kgf·m 이상까지 대응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지금 출력이 상한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력은 스트레이트컷 도그 기어를 쓰는 6단 시퀀셜 트랜스액슬을 거쳐 뒷바퀴로 전달된다. 변속기를 뒤쪽에 배치하는 트랜스액슬 구조는 앞뒤 무게 배분에 유리해 고성능 GT카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뒷차축에는 웨이브트랙 차동제한장치와 모터스포츠급 조절식 트랙션 컨트롤이 함께 들어간다.
2. 리스토모드가 아니다 — 바닥부터 새로 만든 차
▲ 1968년 젠센 인터셉터 경량 레이싱 사양. 보닛 아래를 통째로 바꾸는 접근은 젠센 인터셉터의 오랜 문법이다 ⓒ Calreyn88,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JIA는 그동안 클래식 인터셉터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리스토모드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GTX는 그 연장선이 아니다. 옛 차를 손본 것도, 옛 도면 그대로 다시 찍어 낸 컨티뉴에이션 모델도 아니다. 알루미늄 섀시를 새로 설계하고 알루미늄 차체를 수작업으로 올린, 영국에서 처음부터 새로 그린 차다.
하체는 앞뒤 모두 단조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이고, 댐퍼는 나이트론의 수동 3방향 조절식이다. 브레이크는 AP 레이싱 제품을 쓰되 카본이 아닌 스틸 디스크를 택했다. 공차중량은 약 1,660kg. 트랙 프로토타입 한 대를 만드는 데 든 개발비는 약 120만 파운드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건 JIA가 GTX를 마세라티 MCX트레마나 페라리 296 챌린지 같은 트랙 전용차와 랩타임으로 겨룰 생각이 없다고 못 박은 점이다. 기록 경신이 아니라 운전자가 즐기는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3. 왜 트랙 전용인가
▲ 1975년식 젠센 인터셉터 MK III. 원형의 실루엣은 신형 GTX에도 이어진다 ⓒ Calreyn88,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공도 등록을 하려면 배출가스와 충돌 안전, 보행자 보호 등 각국의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소량 생산 업체가 이 절차를 모두 밟는 것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부담이 크다. 트랙 전용으로 내놓으면 이 문턱을 건너뛰고 성능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만 젠센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GTX를 바탕으로 2도어 스포츠카 GTR과 4도어 럭셔리 GT 두 가지 공도용 모델을 개발한다. 디자인의 약 80%를 트랙 프로토타입에서 그대로 가져오고, 변속기는 수동 또는 자동을 고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세부 사양은 고객 의견을 반영해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직 유동적이다.
4. 지금의 '젠센'은 누구인가
▲ JIA가 만든 인터셉터 R 슈퍼차저(2017년). GTX 이전까지 JIA의 대표작은 이런 리스토모드였다 ⓒ MrWalkr,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한다. GTX를 만든 젠센 인터내셔널 오토모티브(JIA)는 1966년 인터셉터를 만든 원조 젠센 모터스와 같은 회사가 아니다. 젠센 모터스는 1976년 문을 닫았고, '젠센' 이름을 단 마지막 양산차는 2000년대 초의 S-V8이었다. 이후 상표권과 사업권이 여러 차례 손바뀜하면서 계보는 다소 복잡해졌다.
JIA는 인터셉터 복원·개조 분야에서 영국을 대표해 온 업체로, 최근 인터셉터라는 이름을 자체 설계 차량에 쓸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면서 GTX를 내놓게 됐다. 원조의 직계 후계라기보다, 이름과 형태를 이어받은 새 회사의 첫 독자 모델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5. 60년 전의 인터셉터
▲ 젠센 인터셉터 컨버터블. 원형은 영국 차체에 미국 V8을 얹는 구성으로 유명했다 ⓒ Calreyn88,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형인 젠센 인터셉터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만들어진 영국 GT카다.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투어링이 디자인했고 초기 차체는 이탈리아 비냘레가 제작했다. 여기에 미국 크라이슬러의 6.3리터, 뒤에는 7.2리터 V8을 얹었다. '이탈리아 디자인 + 영국 조립 + 미국 대배기량 V8'이라는 조합이 인터셉터의 정체성이었다.
신형 GTX가 크라이슬러 대신 GM 블록을 택한 것은 계보의 단절이라기보다 '미국제 대배기량 V8을 쓴다'는 문법을 지금 구할 수 있는 부품으로 이어받은 결과에 가깝다.
▲ 1976년식 인터셉터 쿠페 III. 이 해에 젠센 모터스는 문을 닫았다 ⓒ Calreyn88,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6. 정리
체크포인트
- GTX는 973마력 트랙 전용 모델이다. 번호판 등록이 불가능하다.
- 엔진은 최대 1,217마력까지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 리스토모드가 아니라 알루미늄 섀시부터 새로 만든 차다. 공차중량 약 1,660kg.
- 제작사 JIA는 원조 젠센 모터스와 별개 회사다. 인터셉터 이름 사용권을 확보했다.
- 이후 공도용 2도어 GTR과 4도어 GT가 개발될 예정이다.
- 가격·생산 대수·국내 판매 계획은 모두 미공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