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소 점검 장면. 수입차와 국산차의 유지비 격차는 부품값과 공임에서 갈린다 ⓒ Shixart1985, Wikimedia Commons (CC BY 2.0)
"수입차 유지비, 진짜 그렇게 비싸요?" 중고차 커뮤니티나 시승기 댓글창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답도 늘 비슷하다. "당연히 비싸다"거나 "요즘은 국산차랑 비슷하다"거나. 문제는 두 답 모두 구체적인 근거 없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카프리즘은 이번에 나오는 숫자마다 어느 기관이 언제 낸 자료인지부터 추적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수치는 걸러내고, 검증 가능한 1차 자료만 남겼다.
1. 가장 확실한 숫자부터 — 보험연구원 2025-17의 그랜저 vs BMW 520d 비교
수입차·국산차 유지비 비교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1차 출처는 보험연구원(KIRI)이 낸 연구보고서 2025-17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의 실제 보험 지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명확하다. 보고서가 직접 비교한 그랜저와 BMW 520d의 앞범퍼 교환비용은 그랜저 평균 93만6,000원, BMW 520d 335만7,000원으로 3.6배 차이가 났고(관련 기사 바로가기), 부품값만 떼어놓고 보면 그랜저 16만5,000원, BMW 520d 105만원으로 6배 넘게 벌어졌다. 같은 보고서는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자료를 근거로, 외산차 범퍼 수리비가 전체 수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1.8%에서 2024년 37.3%로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10.8%)은 국산차(3.3%)의 3배가 넘는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부품값 자체가 6배 넘게 벌어지는 배경에는 수리 방식이 '판금'에서 '통째 교환'으로 바뀌는 구조적 요인도 겹쳐 있다.
| 지표 | 수치 | 출처 |
|---|---|---|
| 앞범퍼 교환비용(BMW 520d/그랜저 배율) | 3.6배 | 보험연구원 2025-17 |
| 앞범퍼 부품값(BMW 520d/그랜저 배율) | 6.4배 | 보험연구원 2025-17 |
| 외산차 범퍼 수리비 연평균 증가율(2020~2024) | 10.8% | 보험연구원 2025-17 (국산차는 3.3%) |
| 2010년 사고 1건당 평균 수리비(수입차) | 291만6,000원 | 보험개발원(2010년 통계) |
| 2010년 사고 1건당 평균 수리비(국산차) | 83만5,000원 | 보험개발원(2010년 통계) |
* 보험개발원 2010년 통계는 다소 오래된 자료이지만, 배율(약 3.5배)이 보험연구원 2025-17의 그랜저·BMW 520d 비교(3.6~6.4배)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함께 소개한다.
▲ 현대 그랜저. 국산 대표 세단의 앞범퍼 교환비용은 평균 93만6,000원으로, 같은 급 수입 세단의 3분의 1 수준이다 ⓒ CarPrism
▲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범퍼에 ADAS 센서가 내장된 수입차는 판금 대신 부품 통째 교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Wikimedia Commons
2. 보험료는 왜 수리비만큼 벌어지지 않을까
흥미로운 지점은 수리비 격차만큼 보험료가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손해보험협회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개인용 승용차로 분류된 수입차는 납부한 보험료(4,653억원)의 242%인 1조1,253억원을 보험금으로 받아간 반면, 국산차는 보험료(2조8,675억원)의 78%인 2조2,491억원을 지급받는 데 그쳤다. 수입차가 낸 돈보다 훨씬 많이 타간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수입차의 실제 보험료는 국산차의 1.3~1.7배 수준에 머무른다는 게 관련 보도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리비는 3~4배 차이가 나는데 보험료는 그만큼 반영되지 않다 보니, 그 격차만큼의 부담이 전체 가입자에게 분산되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 중 상당 부분이 수입차 고액 수리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 BMW 5시리즈. 프리미엄 수입 세단은 부품비·공임 모두 국산차보다 크게 높게 형성돼 있다 ⓒ Wikimedia Commons
3. 왜 이렇게 벌어질까 — 부품값과 인건비
격차의 근본 원인은 부품 공급 구조에 있다. 수입차 부품은 대부분 본사에서 개별 수입되는 반면, 국산차는 국내 대량생산·유통 체계를 갖춰 원가 자체가 낮다. 그랜저와 BMW 520d의 부품가 비교에서도 이 차이가 뚜렷했다. BMW 520d의 앞범퍼 부품값은 약 105만원인데 그랜저는 16만5,000원에 불과해, 부품값만 6배 이상 벌어진다. 여기에 수입차 전문 정비 인력의 공임 단가가 국산차 대비 높게 형성돼 있는 점도 한몫한다. 최근에는 전방 레이더·센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품이 범퍼에 내장되면서, 경미한 충돌에도 판금 대신 통째 교환이 불가피한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도 수입차 쪽에서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 수입차 엔진 부품 클로즈업. 순정 부품 공급이 본사를 거치는 구조라 원가 자체가 국산 부품보다 높게 형성된다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4. 브랜드별 편차 — '수입차'로 뭉뚱그릴 수 없다
다만 '수입차는 다 비싸다'는 식으로 뭉뚱그리는 것도 정확한 접근은 아니다. 브랜드별 편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벤츠·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그 차체에 ADAS 부품까지 포함되는 최신 모델은 앞범퍼 교환 비용이 500만원을 넘는 사례도 확인된다. 반면 토요타·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는 부품 표준화 수준이 높고 고장률 자체가 낮게 관리되는 편이어서, 수입차 중에서는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자동차 커뮤니티와 정비업계에서 공통으로 나온다. 볼보 역시 안전 관련 부품 외에는 소모품 가격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브랜드별 편차는 아직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정식 통계로 발표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업계 평가·커뮤니티 경험담 수준의 참고 정보로 다뤄야 한다.
▲ 연식이 오래된 수입차일수록 단종 부품 수급 지연으로 수리 기간과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 Wikimedia Commons
✅ 체크리스트 — 수입차 구매 전 따져볼 것
- 보험료는 브랜드·모델·차량가액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계약 전 반드시 견적을 비교할 것
- 범퍼·전조등 등 자주 파손되는 부위의 부품값은 사전에 서비스센터에 문의해볼 것
- ADAS 센서가 범퍼에 내장된 모델은 경미한 충돌에도 수리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것
- 같은 브랜드라도 연식·트림에 따라 부품 단종·수급 지연 여부가 다르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5. 출처가 불분명한 숫자는 걸러냈다
취재 과정에서 "국산차 월평균 유지비 20만9,000원, 수입차 27만원"이라는 수치가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원 기사를 추적한 결과 "한 차량 관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대상 설문조사"라고만 언급될 뿐, 구체적인 조사기관명·표본 규모·조사 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런 수치를 보험개발원이나 컨슈머인사이트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인 것처럼 인용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카프리즘은 이 수치를 '업계 추정치'로만 소개하며, 확정된 통계로 단정하지 않는다. 반면 보험연구원 2025-17의 그랜저·BMW 520d 비교 수치와 손해보험협회 손해율 통계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실제 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다르다.
결론적으로 "수입차 유지비가 국산차보다 비싸다"는 명제 자체는 부품비·수리비 통계로 뒷받침된다. 다만 그 격차의 정확한 크기는 '몇 배'라는 단순 수치보다, 어떤 항목(수리비냐 보험료냐)을 보느냐, 어느 브랜드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이번 취재로 확인된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