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이오닉 5 자율주행 테스트카 서울 도심 주행

▲ 현대차가 서울 도심에서 운용 중인 커넥티드카 테스트 차량. 이번 훈련은 OTA 시스템을 노린 사이버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달리는 차의 핸들을 원격에서 빼앗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대응 체계를 점검한 훈련이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현대자동차 판교 AVP 본부에서 국내 최초 차량 OTA 해킹 대비 민관 합동 모의훈련이 진행됐습니다.

조향 장치가 마비되는 상황을 가정한, 실전에 가까운 시나리오였습니다.

1. 왜 지금 이런 훈련이 필요한가

요즘 차는 소프트웨어로 움직입니다. 신차 대부분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즉 OTA(Over-The-Air)를 지원하고, 조향·제동을 포함한 핵심 제어기까지 소프트웨어로 관리됩니다.

편의성은 커졌지만 공격 표면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스마트폰 앱처럼 차량 소프트웨어도 원격에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원격에서 악성코드가 심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2. 훈련 시나리오 – 협력사 서버에서 조향 장치까지

모의훈련 공격 경로
단계내용
1협력사 서버 침입 — 완성차가 아닌 부품·소프트웨어 협력사가 최초 침투 지점
2악성코드가 OTA 업데이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으로 배포
3조향 장치 등 핵심 주행 부품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 발생

완성차 자체보다 협력사를 첫 침투 지점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실제 사이버 공격에서도 보안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하청·협력망이 공격 경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훈련은 그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9 인포테인먼트 화면

▲ 아이오닉9 실내 인포테인먼트 화면. 최근 현대차 차량 대부분이 OTA로 소프트웨어를 갱신한다


3. 5단계 대응 절차, 무엇을 점검했나

모의훈련 5단계 대응 절차
1단계현대차의 이상 신호 탐지 및 긴급 신고·확산 차단
2단계KATRI 기술 검토·국토부 보고, KISA 악성코드 분석
3단계경찰청 해커 역추적 및 수사
4단계악성 소프트웨어 배포 중단 및 패치 재배포
5단계미조치 차량 추적 및 사후 검증

단순히 해킹을 막는 훈련이 아니라, 뚫린 이후의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입니다. 탐지부터 신고, 원인 분석, 수사기관 협력, 패치 재배포, 최종 안전성 검증까지 정부·수사기관·완성차가 각자 역할을 나눠 얼마나 빠르게 협력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찰 포인트였습니다.


4. "생명과 안전을 직격하는 치명적 위협"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번 훈련의 의미를 이렇게 짚었습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사고는 금융이나 일반 IT 침해와 달리 도로 위 탑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직격하는 치명적인 위협"이며,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형 공급망 공격이 날로 고도화되는 만큼, 민·관 협력망을 상시 점검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최고 수준의 자동차 방어 체계를 확립해 나갈 것"

스마트폰 해킹은 개인정보 유출로 끝날 수 있지만, 주행 중인 차량의 제어권이 넘어가면 물리적 사고로 직결됩니다. 이번 훈련이 단순 IT 보안이 아니라 '생명 안전' 이슈로 다뤄진 이유입니다.

오토헤럴드 원문 기사에서 확인 가능

현대 아이오닉5 후측면 국내 주행

▲ 국내 도로에서 운행 중인 아이오닉5. OTA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커넥티드카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5. CSMS 시대, 앞으로 남은 과제

이번 훈련은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도입 이후 처음 실시된 실전형 점검입니다. CSMS는 국제 기준(UN R155)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개발부터 판매 후까지 사이버보안 위협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체계입니다.

제도가 있다고 실전에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번처럼 정부, 인증기관, 수사기관, 완성차가 함께 모의훈련을 반복해야 실제 사고 발생 시 탐지-대응 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뀔수록, 이런 훈련의 빈도와 강도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아이오닉5 전면 로고 디테일

▲ 현대차 로고와 헤드램프 디테일. 커넥티드카가 늘수록 사이버보안 대응 체계의 중요성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