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싼은 8월 미국에서 2만1,197대가 팔리며 역대 8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 Damian B O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기아가 미국에서 역대 가장 잘 팔린 8월을 만들었습니다. 8월 한 달 판매량이 8만3,793대로, 종전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 8월 8만3,007대를 넘어섰습니다. 1~8월 누적 판매도 59만377대로 역시 역대 최대치입니다. 그런데 이 기록을 뜯어보면 정작 이 성장을 이끈 주역은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였습니다.
현대차는 반대로 전체 판매가 줄었습니다. 8월 판매는 8만6,97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만 따로 떼어 보면 33% 늘며 8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판매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특정 파워트레인만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는 건, 미국 소비자의 선택이 뚜렷하게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1. 8월 스냅샷: 기아는 역대 최고, 현대는 뒷걸음… 그런데
두 회사의 8월 성적표는 얼핏 정반대로 보입니다. 기아는 8만3,793대를 팔아 창사 이래 최고의 8월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8만6,977대로 전년 동월(8만8,523대) 대비 2% 줄었습니다. 다만 현대차도 1~8월 누적으로 보면 62만25대로 전년 같은 기간(60만7,346대) 대비 2% 늘어난 상태라, 8월 한 달의 감소가 추세 반전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두 회사 모두 판매 구성표 안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실적과 무관하게, 하이브리드 항목만큼은 예외 없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습니다.
▲ 스포티지는 8월 1만8,723대로 기아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고, 그중 하이브리드 판매는 전년 대비 40% 늘었다 ⓒ Damian B O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2. 현대 +33%, 기아 +99%… 하이브리드만 보이는 성장
숫자로 보면 격차가 더 뚜렷합니다. 현대차는 8월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3% 늘며 8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차 경영진은 실적 발표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며 전동화 차량이 전체 판매의 34%까지 올라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브리드만 놓고 보면 전체 판매의 29%를 차지합니다.
기아는 더 가파릅니다. 8월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99% 급증했습니다. 스포티지·쏘렌토·텔루라이드·카니발까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넓혀온 결과가 한꺼번에 반영된 수치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하이브리드가 전체 실적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점은 같습니다.
📍 하이브리드만 유독 잘 팔리는 이유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의 하이브리드 침투율은 2024년 10.1%에서 2026년 1분기 13.7%까지 올라왔습니다. 전기차처럼 충전 인프라를 새로 갖추지 않아도 되면서 연비 개선 효과는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세액공제가 사라진 뒤 전기차의 가격 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보조금 없이도 구매 결정을 내리기 쉬운 차종으로 남았습니다.
3. 모델별로 보면: 투싼·싼타페 역대 최고, 스포티지·쏘렌토 급증
현대차 쪽에서는 투싼과 싼타페가 나란히 8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투싼은 2만1,197대로 전년 대비 18% 늘었고, 싼타페는 1만3,512대로 5% 증가했습니다. 두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트림 비중이 높아, 사실상 하이브리드가 두 차종의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만2,729대로 18% 줄며 대조를 이뤘습니다.
| 모델 | 8월 판매 | 전년 대비 | 비고 |
|---|---|---|---|
| 투싼 | 21,197대 | +18% | 역대 8월 최고 |
| 싼타페 | 13,512대 | +5% | 역대 8월 최고 |
| 스포티지 | 18,723대 | - | 하이브리드만 +40%, 기아 최다 판매 |
| 쏘렌토 | 9,880대 | +15% | 하이브리드는 +22%로 역대 8월 기록 |
| 팰리세이드 | 12,729대 | -18% | - |
▲ 싼타페는 8월 1만3,512대로 투싼과 함께 역대 8월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 AutobildEs, Wikimedia Commons (CC BY 3.0)
기아 쪽에서는 쏘렌토가 9,880대로 15% 늘었고(하이브리드 트림만 놓고 보면 22% 증가로 역대 8월 최고), 카니발은 7,389대로 13% 늘었습니다(하이브리드는 15% 증가). 두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트림 판매가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순수 전기차인 EV6는 712대(-60%), EV9은 1,789대(-33%)로 나란히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4. 정반대로 가는 전기차: 아이오닉5 -51%, 아이오닉6 -97%
하이브리드와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게 전기차 성적표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8월 3,818대로 전년 동월 대비 51% 줄었고, 아이오닉6는 단 28대로 97% 급감했습니다. 기아 EV6·EV9도 각각 60%, 33% 감소했습니다. 세단·SUV 등 다른 세그먼트가 대부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만 유독 시장에서 밀려나는 모습입니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명확합니다. 최대 7,500달러였던 미국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2025년 9월 30일자로 조기 종료됐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2032년까지 지원을 약속했던 제도였지만,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이 통과되며 예정보다 7년 앞당겨 사라졌습니다. 세액공제 종료 이후 꼬박 1년, 그 공백을 하이브리드가 대신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자세한 지피코리아 원문 기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지피코리아 원문 기사 보기
5. 조지아 메타플랜트도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틀었다
▲ 쏘렌토는 8월 9,880대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하이브리드 트림만 놓고 보면 22% 늘며 기아 하이브리드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 기아 공식
생산 라인 쪽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세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원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부터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함께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세액공제 종료가 겹치자, 같은 라인에서 하이브리드까지 소화하는 방식으로 공장 운영을 조정한 것입니다. 기아는 기존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과 HMGMA를 합쳐 2030년까지 미국 내 연산 55만 대 체제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현재는 연 35만 대 안팎).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 부담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에 매겨지는 15%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인기가 검증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미국 현지에서 바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 모두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전기차 라인으로 지었던 공장이 하이브리드 생산까지 떠안는 지금의 모습은, 두 회사가 시장 신호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6. 이 흐름,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장은 하이브리드 강세가 꺾일 요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기차 세액공제 부활 논의는 현재로선 없고, 미국 완성차 업계 전반의 하이브리드 침투율도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투싼·싼타페·스포티지·쏘렌토처럼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당분간 이 흐름에 올라타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리스크도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쪽으로 쏠린 판매 구조는 배터리·모터 등 전기차 관련 투자 회수 속도를 늦출 수 있고, 경쟁사들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지금과 같은 고성장률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8월 실적은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일변도 전략을 접고 하이브리드·전기차 투트랙으로 완전히 옮겨갔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준 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