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의 전면부, 딜러 매장에 전시된 모습으로 LED 주간주행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이 보인다

▲ 투싼 하이브리드는 팰리세이드·싼타페·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함께 현대차의 미국 하이브리드 실적을 이끄는 주력 모델이다 ⓒ Damian B O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처한 상황은 한마디로 '보조금은 없고 관세는 있다'입니다. 전기차를 밀어붙이자니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고, 어떤 차종을 팔든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는 이상 관세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최근 몇 달간 미국 판매 실적표에서 눈에 띄게 웃고 있는 항목은 다름 아닌 하이브리드입니다. 전체 판매는 주춤하는 와중에도 하이브리드만큼은 역대 최다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는 것입니다.

1. 보조금은 끊기고 관세는 남았다 — 이중고의 배경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시행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급되던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신차 전기차 연방 세액공제는 2025년 9월 30일 구매분을 끝으로 완전히 종료됐습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기아는 조지아주 신공장 가동을 계기로 아이오닉5·아이오닉9(현대차), EV6·EV9(기아) 등 5개 전기차 모델이 2025년 처음으로 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직후였습니다. 보조금이 사라지자 현대차는 2026년형 아이오닉5 가격을 평균 9155달러, 최대 9800달러까지 낮추며 사실상 보조금을 대신 떠안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관세 부담도 여전합니다. 한미 양국은 2025년 12월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고 이를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인하는 됐지만 15%라는 관세율 자체는 그대로 남았고, 그 대가로 현대차그룹은 한국에 865억달러(약 86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관세 여파로 기아는 2025년 한 해에만 23억달러 이상을 관세 비용으로 지출했고, 현대차 역시 2026년 1분기에만 관세 관련 비용이 8600억원에 달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습니다.

현대·기아를 둘러싼 미국발 이중고
구분내용시점
IRA 전기차 보조금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 완전 종료2025.09.30
한국산 자동차 관세25% → 15%로 인하(소급 적용)2025.11.01
기아 2025년 관세 비용23억달러 이상2025년 연간
현대차 2026년 1분기 관세 비용8,600억원, 영업이익 -30.8%2026년 1분기

2. 하이브리드만 역대 최다 — 실적으로 보면

현대 싼타페(MX5)의 전면부, 각진 헤드라이트와 SANTA FE 번호판 문구가 보인다

▲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팰리세이드·투싼·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함께 미국 시장 실적을 이끄는 핵심 차종이다

2026년 4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총 15만9216대를 판매해 전체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2.1% 줄었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만 따로 떼어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 기간 하이브리드 판매는 4만1239대로 전년 대비 57.8% 급증하며 역대 월간 최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는 47.7% 늘어난 2만1713대, 기아 하이브리드는 70% 늘어난 1만9526대가 팔렸습니다. 앞서 2025년 연간 기준으로도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3만1023대로 전년 대비 48.8% 증가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 텔루라이드·쏘렌토·스포티지 하이브리드가 실적을 이끌고 있습니다.


3. 왜 하필 하이브리드일까 — 보조금과 무관하고, 현지 생산까지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전면부, 주차장에 세워진 모습으로 KIA 로고와 타이거 노즈 그릴이 보인다

▲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2026년 6월부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해 15% 관세 부담에서 벗어난 첫 사례가 됐다 ⓒ Damian B O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하이브리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하이브리드는 애초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순수 전기차가 아니어서 이번에 폐지된 IRA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즉 보조금이 사라져 가격 경쟁력을 잃은 쪽은 전기차이고, 하이브리드는 애초부터 보조금 없이도 팔리던 차종이라 상대적 가치가 오히려 부각된 셈입니다. 둘째, 관세 문제는 생산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2026년 6월 2일부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2027년형)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이로써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할 때 붙던 15% 관세를 이 모델에 한해 없앨 수 있게 됐습니다.

남은 변수 · 관세율 15%는 여전히 유효하고, 현대차그룹의 865억달러 대미 투자 이행 속도와 추가 현지 생산 전환 여부가 하이브리드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2026년 하반기 관세 부담 완화와 하이브리드 물량 확대가 맞물리며 실적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