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전면부, 크레스트 그릴이 보인다

▲ 제네시스 GV80 — 이번 레드닷 수상에서 제네시스는 차량이 아니라 오프라인 전시 공간 '제네시스 청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총 17개 상(최우수상 2개, 본상 15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상 목록을 하나씩 뜯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신차 외관 디자인으로 받은 상이 아니라, 전시관·매장·사내 스튜디오·사보처럼 '차 밖의 경험'을 만든 결과물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1. 현대차, 11개 상 중 절반이 '공간과 경험'

현대차는 이번에 총 11개 상을 받으며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상 실적을 냈습니다. 최우수상을 받은 'UX 스튜디오 서울'은 디지털 솔루션 분야에서 인정받았고, 같은 공간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전시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까지 추가로 받으며 한 공간으로 세 개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여기에 CES 2026 전시관(박람회·임시 전시 부문), IAA 모빌리티 2025 전시, 호프 온 휠스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 심지어 신입사원을 위한 '현대 온보딩 키트'와 브랜드 헤리티지를 다룬 매거진까지 상을 받았습니다. 신차 한 대의 외관이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모든 접점을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목록입니다.

기아 EV4 전면부, 전기차 실루엣이 보인다

▲ 기아 EV4 —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한 전시가 레드닷 본상을 받으며, 차량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접점을 디자인 영역으로 확장했다


2. 제네시스, 딱 2개인데 둘 다 '공간'이다

제네시스는 이번에 가장 적은 2개 상을 받았지만, 그 내용이 상징적입니다. 두 상 모두 '제네시스 청주'라는 오프라인 공간에 돌아갔는데, 리테일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공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본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즉 제네시스가 이번 레드닷에서 인정받은 것은 신차가 아니라 전시·판매 공간 자체의 디자인이었던 셈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제네시스 입장에서, 차량을 실제로 만나고 구매하는 물리적 공간의 완성도가 곧 브랜드 가치로 직결된다는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네시스 GV70 공식 이미지, SUV 실루엣이 보인다

▲ 제네시스 GV70 — 제네시스는 신차보다 오프라인 전시 공간 디자인으로 이번 레드닷 최우수상을 받았다

3. 기아, EV4와 무신사가 만든 '패션 전시'

기아는 4개 상을 받았는데, 그중 '더 기아 EV4 with 무신사' 전시가 눈에 띕니다. 자동차 브랜드가 패션 플랫폼과 손잡고 만든 전시가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받았다는 것은, 자동차 디자인의 경계가 차량 자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여기에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움직임의 유산' 특별전,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Eclipse of Perception' 전시, 사내 커뮤니케이션 아카이브까지 더해지며, 기아 역시 차량 외적인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브랜드별 레드닷 수상 내역
브랜드수상 수대표 수상작
현대차11개UX 스튜디오 서울(최우수상), CES 2026 전시관
제네시스2개제네시스 청주(리테일 디자인 최우수상)
기아4개더 기아 EV4 with 무신사 전시
총계17개최우수상 2개, 본상 15개

현대 디 올 뉴 아반떼 스튜디오 컷

▲ 디 올 뉴 아반떼 — 현대차는 CES 전시관, 사내 스튜디오, 사보 잡지까지 포함해 11개 상을 받으며 3사 중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4. 왜 지금, 자동차 회사가 '공간 디자인'에 몰두할까

자동차 디자인의 무게중심이 차량 외관에서 브랜드 경험 전반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현대차그룹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파워트레인·플랫폼의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매장·전시·디지털 인터페이스 같은 '차 밖의 경험'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레드닷 수상 목록이 신차보다 공간·전시·디지털 솔루션에 집중된 것은, 이런 업계 전반의 전략 변화를 현대차그룹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이번 레드닷 17관왕이 보여주는 것은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는 사실입니다. 차량을 만나는 순간부터 구매하고 소유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디자인으로 엮어내려는 시도가, 국내 완성차 3사의 이번 수상 목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