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조립라인

▲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라인. 이번 통계는 국내가 아닌 미국 등록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됐다 ⓒ Wikimedia Commons

"신차급 성능을 40만km 넘게 유지할 확률이 100대 중 1대도 안 된다." 미국 자동차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씨카(iSeeCars)가 내놓은 통계가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3억 9500만 대가 넘는 미국 등록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브랜드별로 25만 마일(약 40만 2000km)을 넘길 확률을 추정했는데, 토요타가 19.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0.8%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내 매체 오토헤럴드가 이를 보도하며 알려졌지만, 통계의 출처와 산출 방식을 정확히 짚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운 내용이라 카프리즘이 원문을 직접 확인해 정리했다.

이 통계,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

이 조사는 국내 기관이 아니라 미국의 중고차 검색·데이터 플랫폼 아이씨카(iSeeCars.com)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아이씨카는 미국에서 등록·판매된 3억 9500만 대 이상의 차량 데이터를 확보해, 연식별로 주행거리가 어떻게 줄어드는지(폐차·교체되는 차량 비율)를 곡선으로 산출한 뒤, 이 추세를 통계 모델에 대입해 각 브랜드 차량이 25만 마일에 도달할 '기대 확률'을 추정했다. 즉 실제로 25만 마일을 뛴 차량만 세어 비율을 낸 것이 아니라, 연식이 쌓일수록 등록 대수가 줄어드는 속도를 근거로 확률을 역산한 통계적 추정치라는 점이 핵심이다. 아이씨카는 해당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 조사는 iSeeCars.com 공식 페이지에서 원문 확인 가능하며, 국내에는 오토헤럴드가 관련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다.

브랜드별 순위, 격차가 이 정도다

업계 평균 확률은 5.4%로 집계됐다. 토요타의 19.7%는 이 평균의 3.7배에 달하는 수치이고, 반대로 현대차·기아는 평균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주요 브랜드별 수치는 다음과 같다.

브랜드별 25만 마일(약 40만km) 도달 확률(iSeeCars, 2026)
순위브랜드확률
1위토요타19.7%
2위렉서스14.4%
3위혼다13.3%
4위아큐라9.5%
-지프1.2%
-닷지1.7%
하위권미쓰비시·기아·현대차각 0.8%
-업계 평균5.4%

눈에 띄는 점은 현대차·기아가 최하위가 아니라 미쓰비시와 함께 '공동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일본 브랜드 중에서도 토요타·렉서스·혼다·아큐라 등 도요타·혼다 계열이 상위권을 휩쓴 반면, 미국 브랜드인 지프·닷지도 1%대에 머물러 있어 '국산차만 유독 나쁘다'기보다는 '일본 일부 브랜드가 유독 강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300 시리즈

토요타 랜드크루저. 토요타는 내구성 조사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해온 브랜드다 ⓒ Wikimedia Commons

왜 토요타·혼다는 이렇게 강한가

업계에서는 토요타·혼다의 강세를 설계 철학과 파워트레인 보수성에서 찾는다. 두 브랜드 모두 신기술 도입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이미 검증된 엔진·변속기 조합을 오랜 기간 우려먹듯 유지해왔다. 특히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THS-II)은 20년 넘게 축적된 내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엔진 자체의 부하를 낮게 설계해 마모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시장에서 오래된 코롤라·캠리·시빅·어코드가 여전히 흔하게 굴러다니는 것도 이런 설계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혼다 어코드 2023 후면부

혼다 어코드. 혼다는 이번 조사에서 13.3%로 3위에 올랐다 ⓒ 혼다

현대차·기아는 정말 내구성이 나쁜가... 해석에 유의할 점

다만 이 통계를 곧바로 '현대차·기아 차량은 40만km를 못 버틴다'는 뜻으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 몇 가지 짚어야 할 변수가 있다.

  • 신차 판매 급증 효과: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이후 미국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등록 차량 중 상대적으로 '젊은' 차량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애초에 25만 마일에 도달할 만큼 오래된 차량 표본 자체가 적을 수 있다.
  • 확률 모델의 한계: 이 수치는 실측이 아니라 등록 대수 감소 곡선에 기반한 추정치다. 폐차·교체 사유가 반드시 '고장'이 아니라 사고, 중고차 수출, 소유주 교체 등 다양할 수 있다.
  • 보증·리스 관행 차이: 브랜드별로 리스 비중, 보증 기간, 중고차 재판매 관행이 달라 등록 데이터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위 자체가 우연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외 여러 내구성·고장 진단 관련 조사에서 토요타·혼다 계열이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해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격차가 '0.8% vs 19.7%'라는 극단적 수치로 나타난 것은 표본 구성과 통계 모델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아 K5 GT, 도로 주행 이미지

기아 K5 GT.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이번 조사에서 0.8%로 최하위권에 포함됐다 ⓒ CarBuzz

다른 신뢰성 조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이렇게까지 크진 않다

같은 '내구성·신뢰성'을 다루는 다른 조사와 비교해보면, iSeeCars가 보여준 0.8% 대 19.7%라는 극단적 격차는 오히려 이례적인 축에 속한다.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JD파워가 매년 발표하는 '차량 내구성 조사(Vehicle Dependability Study, VDS)'는 3년 차 차량 100대당 발생한 문제 건수(PP100)를 기준으로 신뢰성을 평가하는데, 2026년 조사에서 렉서스가 100대당 151건으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토요타는 185건으로 7위, 기아는 193건으로 8위, 현대차는 198건으로 10위에 올랐다. 업계 평균은 204건이었다. 토요타와 현대차·기아의 순위는 이번에도 벌어져 있지만, 그 격차는 iSeeCars 조사처럼 '20배 이상' 수준이 아니라 10위권 안쪽에서의 순위 차이 정도에 그친다.

즉 '초기 3년간 실제로 발생한 고장·결함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국산차와 토요타·렉서스의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iSeeCars처럼 '25만 마일까지 살아남는 차량의 비율'을 등록 대수 감소 곡선으로 역산하면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두 조사 모두 나름의 근거는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측정했는지에 따라 같은 브랜드의 순위와 격차가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2025년형 전측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JD파워의 초기 3년 신뢰성 조사에서도 토요타 모델들이 다수 부문상을 휩쓸며 상위권을 지켰다 ⓒ Wikimedia Commons

국내 카센터·중고차 업계는 어떻게 보나

국내 정비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에서는 이번 통계를 두고 "미국 등록 차량 기준 통계일 뿐, 국내 도로 사정과 관리 관행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정기 검사 주기가 짧고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체 주기를 촘촘히 지키는 운전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브랜드보다 관리 이력이 주행수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중고차 매매 현장에서도 30만km를 넘긴 그랜저·소나타·K5 등 현대차·기아 세단이 매물로 나오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으며, 택시·렌터카처럼 주행거리가 극단적으로 많은 영업용 차량에서 특정 파워트레인의 고질적 결함이 반복 보고되는 사례는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런 현장 체감은 통계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아니라 정성적 평가라는 한계가 있다.

현대차 그랜저 전측면

현대차 그랜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관리 상태에 따라 30만km를 넘긴 매물도 드물지 않게 유통된다 ⓒ 현대자동차

카프리즘 코멘트: 자체 조사 아니며, 참고 자료로 봐야

이번 통계는 카프리즘이 직접 조사·검증한 결과가 아니라 미국 아이씨카(iSeeCars)의 자체 통계 모델에 근거한 추정치이며, 조사 대상도 국내가 아닌 미국 등록 차량이다. 브랜드 간 순위 격차를 흥미롭게 볼 수는 있지만, 이를 근거로 특정 브랜드의 전반적 품질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내구성은 관리 상태, 주행 환경, 정비 이력에 따라 개별 차량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