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오브 스틸은 캐릭터 라인을 줄이고 넓은 면의 명암으로 볼륨을 만든다 ⓒ 현대자동차
8세대 아반떼가 나왔을 때, 그리고 5세대 투싼이 나왔을 때. 두 차를 보고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현대차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관찰입니다. 실제로 문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입니다.
그리고 이 전환의 첫 희생자가 투싼의 파라메트릭 히든 램프였습니다.
1. 아트 오브 스틸이란 무엇인가
현대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강철 소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선과 면, 그리고 분명한 차체 비례."
말이 추상적이라 실제 변화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 캐릭터 라인을 줄인다 — 옆면에 파여 있던 여러 줄을 지운다
- 펜더 볼륨을 키운다 — 바퀴 위쪽 근육을 부풀린다
- 면을 넓고 평평하게 쓴다 —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명암이 확 갈리게 한다
- 비례를 분명히 한다 — 세단은 낮고 넓게, SUV는 높고 단단하게
핵심은 마지막 항목입니다. 선을 지우면 형태가 밋밋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이 하던 일을 면의 명암에 넘긴 것입니다. 조명이 바뀌면 차의 인상도 함께 바뀝니다.
이 언어는 2024년 수소전기차 콘셉트 '이니시움'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이후 넥쏘를 거쳐 아반떼와 투싼 같은 대중 모델까지 내려왔습니다.
2. 이전 문법 —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
비교 대상이 있어야 변화가 보입니다. 직전 디자인 언어는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였습니다.
| 항목 |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 | 아트 오브 스틸 |
|---|---|---|
| 면 구성 | 삼각형 분할, 다면 처리 | 넓고 정제된 면 |
| 캐릭터 라인 | 여러 줄, 날카롭게 | 최소화 |
| 역동성 표현 | 선의 방향과 각도 | 면의 명암과 볼륨 |
| 조명 그래픽 | 파라메트릭 픽셀·히든 램프 | H-엣지 라이팅 |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의 대표작이 4세대 투싼이었습니다. 앞면 그릴에 조명을 숨겨 넣고, 옆면을 여러 각으로 잘라낸 형태였습니다. 강렬했지만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선이 많으면 생산 단가도 올라갑니다. 강판을 깊게 꺾을수록 프레스 금형이 복잡해지고, 도장 후 빛 반사가 균일하지 않을 위험도 커집니다. 면을 넓게 쓰는 방향은 생산 측면에서도 이유가 있는 선택입니다.
▲ 4세대 투싼. 그릴에 조명을 숨긴 파라메트릭 히든 램프가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의 상징이었다 ⓒ Damian B Oh,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3. H-엣지 라이팅 — 같은 문자, 다른 방향
새 언어에서 브랜드를 묶어주는 장치가 'H-엣지 라이팅'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차종에 따라 방향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 아반떼(세단) — 수평을 강조해 낮고 넓은 인상을 만든다
- 투싼(SUV) — 수직형 조명으로 높고 단단한 인상을 만든다
같은 브랜드 문자를 쓰되, 세워 놓느냐 눕혀 놓느냐로 차급을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멀리서 조명만 봐도 세단인지 SUV인지 구분됩니다.
투싼의 전면에는 여기에 수평형 슬림 센터 램프가 더해집니다. 건축 조명의 간접 조명 구조에서 가져온 방식이라는 것이 현대차 설명입니다.
▲ 8세대 아반떼는 수평을 강조한 H-엣지 라이팅으로 낮고 넓은 인상을 만든다 ⓒ 현대자동차
▲ 같은 H-엣지 라이팅이 투싼에서는 수직으로 선다. 높고 단단한 SUV 비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 현대자동차
4. 디자인 통일이 만드는 것과 잃는 것
브랜드 전체가 하나의 문법을 쓰면 얻는 것이 분명합니다.
- 인지도 — 멀리서도 어느 브랜드인지 구분된다
- 부품 공유 — 램프 모듈과 가니시 구조를 차종 간에 나눠 쓸 수 있다
- 중고 가치 — 디자인이 급격히 낡아 보이는 시점이 늦춰진다
반대로 잃는 것도 있습니다.
- 차종별 개성 — 투싼을 투싼으로 만들던 히든 램프 같은 요소가 사라진다
- 동시 노후화 — 문법이 물릴 때 라인업 전체가 함께 물린다
4세대 투싼의 히든 램프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아무도 다른 차와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새 문법이 그만한 각인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 라인업 전체가 같은 문법을 쓰면 인지도는 올라가지만 차종별 개성은 옅어진다 ⓒ 현대자동차
5. 정리
아트 오브 스틸은 현대차의 새 디자인 언어입니다. 강철이 만드는 선과 면, 분명한 차체 비례를 내세우며, 2024년 콘셉트 이니시움에서 출발해 넥쏘를 거쳐 아반떼·투싼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전 언어인 파라메트릭 다이내믹스가 여러 캐릭터 라인과 삼각형 면으로 역동성을 만들었다면, 새 언어는 선을 줄이고 면의 명암으로 볼륨을 만듭니다.
공통 장치는 H-엣지 라이팅이며, 세단은 수평·SUV는 수직으로 방향을 바꿔 차급을 구분합니다. 그 결과 투싼의 파라메트릭 히든 램프는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