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본사 아오야마 사옥 외관, 도쿄

▲ 혼다 아오야마 본사. 혼다와 닛산은 2024년 12월 공동 지주회사 설립 MOU를 맺었지만 계획은 2025년 2월 결렬됐다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혼다와 닛산은 2024년 12월, 브랜드는 유지한 채 지배구조만 통합하는 공동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목표 시점은 2026년 8월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은 발표 두 달 만인 2025년 2월 13일 완전히 무산됐다. 이후 1년 반이 지난 2026년 8월 31일, 두 회사는 지주사 대신 전혀 다른 형태의 협력을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핵심인 통합 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를 함께 개발하는 계약이다.

1. 2024년 12월 지주사 합의, 두 달 만의 파국

닛산 글로벌 본사 사옥, 요코하마

▲ 닛산 요코하마 본사. 혼다와 닛산은 2024년 12월 공동 지주회사 설립 MOU를 체결했지만 2025년 2월 결렬됐다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2024년 12월 23일, 혼다와 닛산은 공동 지주회사를 설립해 2026년 8월까지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치면 700만 대를 훌쩍 넘어 토요타·폭스바겐에 이은 세계 3위권 완성차 연합이 탄생한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혼다는 협상 속도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대등한 지주사 체제 대신 주식교환을 통해 닛산을 자사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타진했고, 이 제안이 한때 일본 완성차 업계를 호령했던 닛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결국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이 2025년 2월 6일 혼다 본사를 찾아 협상 종료 의사를 전했고, 양사는 2월 13일 MOU 파기를 공식 발표했다.

2. 무엇이 문제였나 — 대등 통합이냐, 자회사화냐

혼다 어코드 2023년형 후면, 도로 주행

▲ 혼다 어코드. 혼다의 시가총액은 닛산의 약 5배에 달해, 두 회사의 협상력 차이가 결렬의 배경이 됐다 ⓒ 혼다

결렬의 핵심은 '누가 주도권을 쥐는가'였다. 애초 구상은 혼다와 닛산이 대등한 지주사 아래 나란히 서는 방식이었지만, 닛산이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혼다는 더 강도 높고 빠른 개혁을 요구하며 사실상 주도권을 행사하려 했다. 여기에 닛산을 자회사로 두는 안까지 거론되자 닛산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결국 두 회사는 대등한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협상 자체를 접었다. 다만 이때도 완전히 갈라서지는 않았고, 전기차·자율주행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이어가기로 했다.

3. 8월 31일 — 지주사 대신 자동차 '두뇌' 공동개발

ECU 기판 근접 사진, 다수의 반도체 칩이 실장돼 있다

▲ ECU 기판(예시 이미지).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31일 차량 전체를 제어하는 통합 ECU와 차량용 OS를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 CarPrism

지주사 계획이 무산된 뒤에도 혼다와 닛산은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을 이어오던 두 회사는 2026년 8월 31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근간이 되는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차량 전체를 통합 제어하는 핵심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어 공통화하는 것이 골자다. 두 회사는 이 공통 플랫폼을 이르면 2029년 출시되는 신형 차량부터 탑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SDV 핵심 분야에서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4. 왜 다시 손을 잡았나 — 중국이라는 공통의 적

르노 아르카나 전면 및 측면부

▲ 르노 아르카나. 닛산의 기존 협력 파트너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의 관계도 이번 협력 확대의 변수로 거론된다 ⓒ Wikimedia Commons

두 회사가 경영통합 없이도 다시 손을 잡은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빠른 추격이 있다. 전동화와 SDV 전환에는 막대한 개발비가 들지만, 혼다와 닛산 모두 단독으로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자체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역량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가고 있다. ECU와 차량용 OS를 공통화하면 대당 개발·조달 비용을 낮추고, 두 회사의 운행 데이터를 모아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성능을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닛산은 이미 르노·미쓰비시와 얼라이언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혼다와의 협력이 앞으로 얼마나 더 확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5. 정리

체크포인트

  • 혼다·닛산은 2024년 12월 지주회사 설립에 합의했지만 2025년 2월 13일 완전히 결렬됐다.
  • 결렬 원인은 혼다가 닛산의 자회사화(주식교환)를 제안하며 대등한 통합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 대신 2026년 8월 31일, 두 회사는 SDV 핵심 통합 ECU·차량용 OS 공동 개발 계약을 발표했다.
  • 목표는 2029년 신형 차량 탑재이며, 중국 업체 대응을 위한 개발비 분담이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