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에퀴녹스 전면부, 검은 차체와 대형 크롬 그릴이 보인다

▲ 쉐보레 에퀴녹스 — GM은 2022년형 이후 자사 차량 수백만 대에 구글 제미나이를 순차 탑재하고 있다

GM은 2022년형 이후 생산된 차량 수백만 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구글의 인공지능 제미나이를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GM 차량들이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으로 작동해온 만큼,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GM 내부에서는 이와는 별개로 차량에 특화된 자체 AI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1. 제미나이가 지금 하는 일

현재 탑재되는 구글 제미나이는 에어컨 설정이나 라디오 기능 조절처럼 스마트폰에서 흔히 쓰는 기본 기능들을 차량 안에서 음성으로 처리해주는 수준입니다. 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작동해온 만큼, 제미나이 탑재는 기존 인프라 위에 자연스럽게 얹히는 확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범용 AI가 "GM 차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2. "일반 AI가 할 수 없는 것"을 만들려는 이유

쉐보레 트래버스 전면부, 흰색 차체와 TRAVERSE 레터링이 보인다

▲ 쉐보레 트래버스 — GM 산하 여러 브랜드 차량에 걸쳐 통일된 차량 전용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자체 개발의 핵심 목표다

GM이 자체 AI 개발에 나선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는 일반적인 대화나 기본 조작에는 강하지만, 특정 차량의 정비 이력이나 부품 정보, 실시간 주행 데이터 같은 GM 고유의 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GM의 음성·AI/ML 제품 관리 담당 이사 안나 산토스(Anna Santos)는 새로운 자체 AI가 대화형 AI 능력에 GM 차량 지식과 OnStar(GM의 텔레매틱스 서비스) 정보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프트웨어·서비스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리처드슨(David Richardson) 역시 "운전자의 필요를 미리 예측하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건네며, 모든 여정을 더 개인화된 경험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밝히며, 예측 정비 알림 같은 기능이 이런 방향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3. 빌려 쓰면서 동시에 만드는 이유 — 시간차 전략

자체 AI를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하고, 이를 방대한 GM 차종 전체에 걸쳐 테스트하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이 경쟁사 대비 뒤처진 AI 경험을 감내해야 한다면 이는 브랜드 경쟁력에 손해입니다. GM은 이 공백을 이미 검증된 구글의 제미나이로 메우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자사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 AI로 전환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 당장은 최고의 기성품을 쓰되, 미래에는 우리만의 것을 갖추겠다"는 계산인 셈입니다.


4. 자동차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캐딜락 CT5-V 블랙윙 전면부, 검은 그릴과 V 배지가 보인다

▲ 캐딜락 CT5-V 블랙윙 — GM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포함해, 향후 자체 AI가 적용될 범위는 전 브랜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완성차 업체가 빅테크의 AI를 빌려 쓰면서 동시에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흐름은 GM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외부 AI에 전적으로 의존했을 때의 위험(가격 협상력 상실, 차별화 어려움, 데이터 주권 문제)을 점점 더 경계하고 있습니다. GM의 이번 행보는 이런 업계 전반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쉐보레 콜벳 C8 전면부, 검은 차체와 흰색 레이싱 스트라이프가 보인다

▲ 쉐보레 콜벳 — 스포츠카부터 픽업트럭까지, GM의 AI 전략은 브랜드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전사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5.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

"빌려 쓰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 사이에서 GM이 택한 균형점은, 결국 소비자에게 당장의 편의와 장기적인 차별화를 동시에 안겨주려는 계산된 승부수입니다. 자체 AI가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GM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