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브롱코 스포츠(미국형) — 중국 전용 전기 SUV '브롱코 뉴 에너지'는 이 브롱코 스포츠의 디자인을 크게 빌려왔지만 완전히 다른 전기 플랫폼을 쓴다
포드가 중국에서 '브롱코 뉴 에너지(Bronco New Energy)'라는 전기 SUV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링모터스(Jiangling Motors)와의 합작을 통해 2025년 12월부터 난창에서 생산 중인 이 차는, 미국형 브롱코 스포츠의 디자인 언어를 빌려왔지만 완전히 다른 전기 전용 플랫폼을 쓰는 별개의 모델입니다. 문제는 이 차가 딱 중국에서만 팔린다는 점입니다. 포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1. 루프 라이다 달린 브롱코, 정체가 뭘까
브롱코 뉴 에너지는 겉모습만 보면 미국형 브롱코 스포츠와 닮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릅니다. 휠베이스는 116.1인치로 늘어나 풀사이즈 브롱코와 맞먹고, 전장은 197.8인치로 브롱코와 브롱코 스포츠를 모두 능가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루프에 장착된 라이다 센서입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공개한 공식 이미지에 따르면, 이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어떤 포드 차량에도 아직 적용되지 않은 사양입니다. 미국형 브롱코보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셈입니다.
▲ 브롱코 스포츠(미국형) 실내 — 중국형 브롱코 뉴 에너지는 이런 기본 골격에 듀얼 스크린 인포테인먼트와 루프 라이다를 더한 전동화 버전이다
2. 순수전기 650km, 두 가지 파워트레인
브롱코 뉴 에너지는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나뉩니다. 순수 전기형은 BYD가 공급하는 105.4kWh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얹어 중국 CLTC 기준 최대 650km(403마일)를 달립니다. 레인지 익스텐더 하이브리드형은 43.7kWh 배터리로 순수 전기 220km(136마일)를 달리고, 여기에 발전용 엔진이 더해지면 최대 748마일(약 1,200km)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듀얼모터 사륜구동을 기본으로 갖췄고, 지상고 8.6인치와 준수한 접근각·이탈각을 확보해 오프로드 성능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 항목 | 순수전기형 | 레인지 익스텐더형 |
|---|---|---|
| 배터리 | 105.4kWh LFP(BYD) | 43.7kWh |
| 주행거리 | 최대 650km(CLTC) | 전기 220km, 합산 최대 약 1,200km |
| 구동방식 | 듀얼모터 사륜구동(공통) | |
| 지상고 | 약 218mm(8.6인치) | |
| 가격 | 약 3,200만~4,300만원(30만~40만 위안) | |
3. 왜 미국엔 안 파나 — 가격이라는 벽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입니다. 중국 판매 가격은 약 3,200만원(약 2만2,000달러 상당)부터 시작하는데, 같은 차를 미국에서 팔려면 가격이 최소 2배로 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중국 현지 생산의 저렴한 인건비·부품비 구조를 미국 시장에 그대로 옮기기 어렵고, 여기에 관세까지 더해지면 가격 매력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3만 달러 안팎이면 매력적인 전기 오프로더지만, 6만 달러가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 포드 브롱코 랩터(미국형) — 미국 시장의 브롱코는 여전히 내연기관 오프로드 성능을 앞세운 라인업으로 남아 있다
4. 시장마다 다른 '브롱코'의 의미
가격 문제 이면에는 시장별 소비자 취향 차이도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오프로드 주행 능력과 풍부한 첨단 기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평소에는 편안한 장거리 크루저 역할을 하는 전기 SUV를 원합니다. 반면 미국의 브롱코는 지프 랭글러와 경쟁하는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가 강하고, 소비자층도 이런 정체성에 충성도가 높습니다. 포드 입장에서는 같은 '브롱코'라는 이름이라도, 두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소비자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는 셈입니다.
5. 언젠가는 미국에도 올까
현재로서는 브롱코 뉴 에너지가 미국에 상륙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도로에서 중국형 브롱코 EV가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포드 내부적으로 미국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관세 정책이나 미중 무역 관계에 변화가 생기거나, 포드가 별도의 미국형 저가 전기 오프로더 라인업을 검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잘 만든 차인데 정작 못 사는 차'로 남아 있지만, 전동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역설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