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속도 단속 카메라

▲ 고속도로 무인 단속 구간. 현행 제도에서는 사망사고 벌점이 90점에 그친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해도 가해 운전자의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제도상 그렇게 설계돼 있습니다.

경찰이 이 구조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망사고를 내면 벌점과 무관하게 면허를 즉시 취소하는 방향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아직 검토 단계이고 시행이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1. 90점과 121점 — 31점의 빈틈

문제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숫자 두 개만 보면 됩니다.

현행 벌점 제도의 구조
항목점수
사망사고 벌점90점
면허 정지 기준1년 누적 40점 이상
면허 취소 기준1년 누적 121점 이상
차이31점 부족

사망사고를 내면 90점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면허가 취소되려면 1년간 누적 121점이 필요합니다.

다른 위반 이력이 없는 운전자가 사망사고를 내면 90점만 쌓이고, 취소 기준에 31점이 모자랍니다. 면허 정지 처분은 받지만 취소는 되지 않습니다.

평소 위반이 잦아 벌점이 쌓여 있던 사람은 취소되고, 깨끗하던 사람은 사망사고를 내도 면허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2. 국민 76%가 찬성한 배경

국민권익위원회가 7월 8일부터 22일까지 1,02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 국민권익위 설문 결과 (2026년 7월, 1,022명)

  • 76.02%(777명) — 사망사고 시 면허 즉시 취소 제도 도입에 찬성
  • 66.63%(681명) — 현행 벌점 90점이 너무 낮다고 평가
  • 53.42% — 피해자 과실이나 불가항력 사고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눈여겨볼 것은 세 번째 항목입니다. 즉시 취소에 찬성한 비율(76.02%)이 높지만, 절반 이상(53.42%)이 예외 조항을 요구했습니다.

무단횡단이나 신호 위반 보행자와의 사고, 급작스러운 끼어들기로 인한 사고까지 일률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한국 경찰차

▲ 경찰이 사망사고 시 면허 즉시 취소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3. 이미 의결된 것 — 사망 인정 기간 30일

즉시 취소와 별개로, 국가경찰위원회가 7월 20일 심의·의결한 개정안이 있습니다. 이쪽은 진도가 더 나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경은 사망 인정 기간을 3일에서 30일로 늘리는 것입니다.

현행 제도는 사고 발생 후 3일 이내에 사망해야 사망사고로 처리합니다. 나흘째 사망하면 부상 사고로 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일주일 뒤 숨지면 벌점 90점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3일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게 됐습니다. 30일로 늘리면 상당수 사고가 사망사고로 재분류됩니다.


4. 함께 신설되는 벌점들

같은 개정안에 벌점 신설 항목도 들어 있습니다.

신설·상향되는 벌점 항목
항목벌점
중상해 사고40점 (신설)
안전벨트 미착용10점 (신설)
안전모 미착용10점 (신설)
방향지시등 미점등10점

중상해 사고에 벌점 40점이 새로 생깁니다. 그동안 중상해는 별도 벌점 구간이 없어 일반 부상 사고와 비슷하게 처리됐습니다.

방향지시등 미점등 벌점 10점은 이미 별도로 예고된 사안입니다. 10월부터 단속이 강화됩니다.

깜빡이 미점등 벌점 10점 기사 보기

고속도로 구간 단속 카메라

▲ 중상해 사고 벌점 40점이 신설되고, 사망 인정 기간이 30일로 늘어난다


5. 언제부터 적용되나 — 아직 멀었다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지금 당장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벌점과 면허 취소 기준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경찰청 내부 방침만으로는 바꿀 수 없고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경찰은 9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공청회에서 예외 조항 범위를 두고 논의가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설문에서 53.42%가 예외를 요구한 만큼, "어떤 경우를 예외로 볼 것인가"가 실제 입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 경찰 순찰차

▲ 9월 공청회를 거쳐야 추진 여부가 정해진다. 도로교통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6. 정리 — 확정된 것과 아닌 것

확인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현행 사망사고 벌점은 90점이고 면허 취소 기준은 1년 누적 121점이라, 다른 위반이 없으면 사망사고만으로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습니다. 국민권익위 설문에서 76.02%가 즉시 취소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이미 의결된 것은 국가경찰위원회의 개정안입니다. 사망 인정 기간 3일 → 30일, 중상해 벌점 40점 신설, 안전벨트·안전모·방향지시등 각 10점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것은 즉시 취소 제도 자체입니다. 9월 공청회 이후 추진 여부가 정해지고, 도로교통법 개정까지 마쳐야 시행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