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아이오닉9. 제주 V2G(Vehicle to Grid) 실증사업의 대상 차종 중 하나로, 전력망에 전기를 되파는 역송 실험에 참여한다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발전소'가 될 수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이 제주 지역에서 아이오닉9과 EV9을 보유한 일반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V2G(Vehicle to Grid) 실증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낮에 저렴하게 충전한 전기를 저녁 수요 시간대에 전력망으로 역송해, 월 5만원의 수익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1. 낮엔 충전, 저녁엔 판매 — V2G의 원리
V2G는 전기차와 전력망이 양방향으로 전기를 주고받는 기술입니다. 전기 수요가 적어 요금이 저렴한 낮 시간에 배터리를 채우고, 수요가 몰려 요금이 비싸지는 저녁 시간에 저장해둔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차익이 곧 차주의 수익이 됩니다. 제주 실증사업은 참여자에게 양방향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충전요금까지 전액 지원하는 조건으로 진행됩니다.
▲ 기아 EV9. 아이오닉9과 함께 제주 V2G 실증사업에 투입되는 대형 전기 SUV다
2. 월 5만원 벌려면, kWh당 얼마를 받아야 할까
'월 5만원'이라는 숫자는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이는 확정된 수익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목표치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 금액을 채우려면 충전 비용과 손실을 제외한 순이익률이 kWh당 약 167원에서 333원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제는 정확한 전력 판매단가와 충방전 손실률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두 변수가 명확해지지 않는 한, 월 5만원이 실제로 달성 가능한 수치인지는 차주 입장에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 항목 | 내용 |
|---|---|
| 대상 차종 | 아이오닉9, EV9 |
| 참여 인원 | 일반 고객 40명 |
| 필요 이익률(월 5만원 기준) | kWh당 약 167~333원 |
| 연간 방전량(1일 10kWh 기준) | 3,650kWh |
| 100kWh 배터리 기준 완충방전 환산 | 약 36.5회 |
3. 배터리 수명, 정말 괜찮을까
가장 민감한 문제는 배터리 열화입니다. 하루 10kWh씩 방전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650kWh를 추가로 사용하는 셈이고, 이는 100kWh급 배터리 기준으로 약 36.5회의 완전 충방전에 해당하는 부하입니다. 일반적인 주행만으로 소모되는 충방전 사이클에 이 정도가 더해지는 것이므로,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배터리 보증 범위와 열화 보상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월 5만원이라는 수익이 배터리 수명 단축이라는 숨은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지 판단할 근거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 아이오닉9의 실내. 대형 배터리를 갖춘 만큼 V2G 역송 시 확보할 수 있는 전력량도 상대적으로 크다
▲ 아이오닉9 후면. 대형 전기 SUV의 넉넉한 배터리 용량은 V2G 실증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그만큼 열화 관리도 중요해진다
4. 정리 — 좋은 아이디어, 아직 남은 숙제
V2G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유망한 기술입니다. 정전 시 비상 전원으로도,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차주 입장에서 참여 여부를 판단할 정보가 부족합니다. 양방향 충전기 설치비, 정확한 전력 판매단가, 충방전 손실률, 그리고 무엇보다 배터리 보증 기준까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월 5만원'이라는 숫자가 진짜 매력적인 제안인지 아니면 눈속임에 가까운지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