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연구 현장(자료사진). 꾸준히 떨어지던 배터리팩 가격의 하락 폭이 2026년 들어 눈에 띄게 좁아질 전망이다 ⓒ Wikimedia Commons
지난 10여 년간 전기차 업계의 공식 같았던 문장이 있다. "배터리 가격은 매년 떨어진다." 규모의 경제와 기술 발전이 맞물려 배터리팩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그 공식 자체는 2026년에도 깨지지 않았다. 다만 하락하는 속도만큼은, 최근 3년 사이 가장 더뎌질 전망이다.
1. 왜 하락 폭이 줄었나
▲ 배터리 안전성 테스트 장면(자료사진).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배터리팩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Wikimedia Commons
배터리팩 가격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 가격에 크게 좌우된다. 블룸버그NEF(BNEF)가 2025년 12월 발표한 최신 배터리 가격 서베이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 가격은 2025년 한 해 동안 8% 하락해 kWh당 108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8%라는 하락 폭 자체가,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두 자릿수 하락률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라는 점이다. 중국 일부 리튬 광산의 공급 차질과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코발트 수출 쿼터제 도입 등으로 원자재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BNEF는 2026년에는 하락 폭이 3%대에 그쳐 kWh당 약 105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26년 초 리튬 가격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뛴 상태로, 업계에서는 하락세 자체가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 관세·공급망 재편도 변수다
▲ 전기차 배터리팩. 국가별 관세·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지역에 따라 배터리 원가에 다른 영향을 주고 있다 ⓒ CarPrism
순수한 원자재 요인 외에도 정책 변수가 크다. 미국은 2026년 5월부터 북미 역외에서 조달한 배터리·모터·반도체 등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한다. S&P Global Mobility는 이런 관세 여파로 북미에서 생산되는 NCM811 배터리 셀의 제조 원가가 kWh당 9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전 세계 평균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관세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원가 상승 압력이 별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셀 제조사들이 새로운 지역에 공장을 짓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과정 자체도 단기적으로는 비용 요인이다.
▲ 완성형 배터리팩 시스템(지리, 자료사진). 배터리 셀 제조사들의 생산 거점 다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 Geely
3.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
▲ 나트륨이온(Na+) 배터리 셀(위)과 리튬이온 배터리 셀(아래) 비교(자료사진).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을 쓰지 않아 원자재값 변동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 Wikimedia Commons
이런 흐름 속에서 앞서 다룬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 소식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리튬 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원자재발 원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라, 단기간에 전체 가격 흐름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 나열된 배터리팩들(자료사진). 배터리 원가는 결국 완성차 판매 가격에 반영된다 ⓒ CarPrism
배터리팩은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S&P Global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기차 소매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2% 가까이 떨어졌는데, 이 하락분의 대부분이 배터리 가격 인하 덕분이었다. 문제는 그 하락 폭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값 하락이 8%에서 3%대로 축소된다는 것은,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전기차 가격을 끌어내리던 힘도 함께 약해진다는 뜻이다. 앞서 다룬 미국의 EV 세액공제 폐지와 맞물리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 구매 비용 부담은 이중으로 커질 수 있다.
5. 정리
체크포인트
- 배터리팩 가격은 2025년 8% 하락해 kWh당 108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 2026년에는 하락 폭이 3%대로 축소될 전망이다(블룸버그NEF).
- 리튬·코발트 원자재값 급등,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하락 속도 둔화의 배경이다.
-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대안 기술이 원가 상승 압력의 완화 요인으로 주목받는다.
- 배터리값 하락 둔화는 결국 전기차 가격 인하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