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팩 내부 모습. 앞으로는 이 안에 어떤 셀이, 어느 회사 제품으로 들어가 있는지가 소비자에게 공개된다 사진=Wikimedia Commons
1. 왜 지금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라는 걸까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내 차 배터리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답을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제도가 출발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자동차 제작사·수입사가 전기차를 판매할 때 배터리와 배터리 셀 정보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차량 화재 자체는 내연기관차가 더 잦지만, 전기차는 진압이 까다롭고 재발화 위험이 있어 배터리 이력 정보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 배터리 셀 제조 공정 자료사진. 앞으로는 이 셀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주요 원료가 무엇인지까지 소비자에게 공개된다 사진=Wikimedia Commons
2. 무엇이 공개되나 — 6종에서 10종으로
국토교통부는 2024년 9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자동차등록규칙 개정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항목을 처음 규정했고, 이 6종 공개는 2026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까지 포함한 추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공개 항목을 10종으로 늘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새로 추가되는 4종은 배터리 팩 제조사, 생산국가, 제조연월, 제품명(또는 관리번호)으로, 기존 6종이 배터리의 '성능·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추가된 4종은 '누가, 어디서, 언제 만들었나'라는 이력 추적에 방점이 찍혀 있다.
| 구분 | 공개 항목 | 확인 경로 |
|---|---|---|
| 1단계(시행 중) | 배터리 용량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정격전압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 최고출력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 배터리 셀 제조사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 배터리 셀 형태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 셀 주요 원료 | 자동차등록증, 판매자 홈페이지 | |
| 2단계(확대안) | 배터리 팩 제조사 | 판매자 홈페이지, 매매계약서·인수증 |
| 생산국가 | 판매자 홈페이지, 매매계약서·인수증 | |
| 제조연월 | 판매자 홈페이지, 매매계약서·인수증 | |
| 제품명(관리번호) | 판매자 홈페이지, 매매계약서·인수증 |
확대안에는 정보 제공 방식을 "판매자 인터넷 홈페이지, 자동차 매매계약서, 자동차 인수증"은 물론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한 방법까지로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관련 개정안 전문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서 확인 가능하다.
3. 소비자는 실제로 어디서 이 정보를 보게 될까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서류는 자동차등록증이다. 1단계 6종 정보(용량·정격전압·최고출력·셀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는 신규 등록 시 자동차등록증에 기재되도록 자동차등록규칙이 개정됐기 때문에, 차량을 신규 등록하거나 갱신할 때 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단계로 추가되는 4종(팩 제조사·생산국가·제조연월·제품명)은 등록증보다는 판매 시점의 서류, 즉 제작사·수입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품 사양 페이지나 매매계약서·차량 인수증에 표기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계약 전 카탈로그나 전시장 안내자료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던 배터리 셀 제조사·원료 정보를, 계약서에 적힌 문구로 대조해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차체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팩 예시. 정보공개 대상은 이 배터리팩과 내부 셀 각각의 제원이다 사진=Wikimedia Commons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무공해차 통합누리집(ev.or.kr) 같은 별도 통합 조회 시스템에 이 배터리 정보가 함께 게시된다는 내용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점은 향후 시행세칙이나 안내가 추가로 나오는지 계속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4. 안 지키면 어떻게 되나 — 과태료와 인증 취소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공한 제작사·수입사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반 횟수에 따라 1회 200만원, 2회 500만원, 3회 이상 1,000만원까지 차등 상향되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안전 인증 제도 자체도 강화된다. 동일한 결함이 반복되는 배터리는 안전성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 중지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는데, 결함의 경중에 따라 인증 취소에 필요한 반복 횟수를 2~4회로 차등 적용하고, 설계·제조상 결함으로 화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 2회 반복만으로도 즉시 인증이 취소된다.
▲ 가정용 충전기로 충전 중인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확대는 충전·화재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려는 조치다 사진=Wikimedia Commons
5. 신차 구매 예정이라면 지금부터 이렇게 확인하자
당장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 단계에서부터 배터리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편이 안전하다. 실무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계약 전: 제작사·수입사 홈페이지의 차량 사양 페이지에서 배터리 용량·정격전압·최고출력이 표기돼 있는지 확인한다.
- 계약 시: 매매계약서나 인수증에 배터리 셀 제조사·형태·주요 원료가 함께 기재돼 있는지 판매자에게 요청해 확인한다.
- 출고·등록 후: 자동차등록증에 기재된 배터리 정보가 계약 당시 안내받은 내용과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 확대안 시행 이후: 배터리 팩 제조사·생산국가·제조연월·제품명까지 추가로 확인해, 중고차 매입 시에도 배터리 이력을 비교 자료로 활용한다.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는 결국 "화재가 나면 어느 회사 책임인지 명확히 가릴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배터리 성능을 비교하는 지표로도 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고 전기차 거래 시 배터리 이력을 검증하는 최소한의 공식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