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씰 전면부, 날렵한 헤드램프와 대형 앞범퍼 디자인이 보인다

▲ BYD 씰 —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여러 차종에 걸쳐 부품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추고 있다

"같은 크기의 SUV인데 왜 이렇게 싸지?" 중국 전기차를 접한 소비자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질문입니다. 답은 단순한 인건비 차이만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도어 핸들과 서스펜션 부품, 엔진 같은 차량의 주요 구성품을 여러 차종과 브랜드에 걸쳐 함께 사용하는 '부품 공용화' 전략을 핵심 배경으로 지목합니다. 개발 시간과 원가를 동시에 줄이는 이 전략이,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들마저 뒤늦게 벤치마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 부품 공용화란 정확히 무엇인가

부품 공용화는 말 그대로 여러 차종, 심지어 서로 다른 브랜드 사이에서도 동일한 부품을 함께 쓰는 방식입니다. 소비자 눈에 잘 띄지 않는 도어 핸들이나 서스펜션 부품부터, 차량의 핵심인 엔진까지 그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부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대신, 이미 검증된 부품을 재사용함으로써 개발 리스크와 시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습니다.


2. 원가는 어떻게, 얼마나 줄어드나

체리 티고 9 전면부, 대형 세로형 크롬 그릴이 보인다

▲ 체리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표준화로 신차 출시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

원가 절감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입니다. 동일한 부품을 여러 차종에 동시에 적용하면 생산·구매 물량이 늘어나고, 이는 개당 단가 하락으로 직결됩니다. 둘째는 개발비 분산입니다. 신규 부품 설계와 검증에 드는 초기 투자비를 한 차종이 아니라 여러 차종에 나눠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차종 하나하나의 원가 부담이 줄어듭니다. 여기에 공급망이 단순해지면서 재고·물류 부담까지 함께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개발 속도 측면에서도 이점이 큽니다. 이미 검증되어 사용 중인 부품과 전자 시스템을 재활용하면, 신차 개발 기간이 눈에 띄게 짧아집니다. 중국 시장은 신차 출시 주기가 유독 짧은 것으로 유명한데, 부품 공용화가 이런 속도전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꼽힙니다.


3. BYD의 방식 — '공용화'를 넘어선 수직계열화

BYD 돌핀 후면부, 청록색 차체와 BUILD YOUR DREAMS 레터링이 보인다

▲ BYD 돌핀 — BYD는 배터리·모터 등 핵심 부품을 외부 조달 없이 계열사에서 직접 생산한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는 여러 차종이 부품을 나눠 쓰는 수평적 공용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핵심 부품 자체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계열사가 직접 개발·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췄습니다. 배터리, 모터, 반도체 등을 자체 조달하다 보니 원가 절감은 물론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독립성까지 동시에 확보한 셈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나 해상 물류 지연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외부 부품사 의존도가 낮은 BYD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지리자동차가 스타 위시 등 신모델로 존재감을 키우며 BYD의 내수 판매 1위 자리를 흔드는 등, 중국 내에서도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4. 유럽·일본도 뒤따르는 이유

지커 7X 전면부, 슬림한 LED 주간주행등이 보인다

▲ 지커 7X — 지리(Geely) 산하 브랜드들도 플랫폼·부품 공유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차의 가격 경쟁력에 위협을 느낀 유럽과 일본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일본 업체들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등 후방 부품부터 업체 간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한발 더 나아가 공통 전기·전자 아키텍처 표준화 계획을 검토 중인데, 이 과정에서 지역 산업 보호와 고용 유지라는 정치·사회적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입니다.


5. 공용화 전략의 이면 — 소비자가 알아야 할 위험

부품 공용화가 소비자에게 늘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 차종이 동일 부품을 쓰다 보면 브랜드·차급별 상품성 차이가 흐려질 수 있고, 특정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 대상이 한 차종이 아니라 여러 차종, 여러 브랜드로 동시에 확산될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특정 부품·소재에 공급망이 지나치게 집중되면, 그 공급선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파급 효과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중국차의 가격 경�쟁력은 부품 공용화 한 가지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배터리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공급망,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부품 공용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체가 향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은 전략으로 꼽히고 있어, 앞으로 다른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원가 절감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