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급속 충전 인프라 전시 부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에너지차 비중을 승용차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Wikimedia Commons
"2030년, 중국 도로를 달리는 새 승용차 10대 중 7대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가 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9개 부처가 지난 9월 11일(현지시각) 이런 목표를 담은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발전 제15차 5개년 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자국 완성차를 세계 판매 톱10 반열에 올리겠다는 산업 육성 목표와, 자율주행 대량 상용화 로드맵까지 포함된 종합 청사진이다. 하지만 정작 계획 발표와 같은 시기 중국 내수 승용차 판매는 보조금 축소 여파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겪고 있고, 올해 1월부터는 전기차 수출에 정부 허가가 필요해진 상태라 안팎의 변수도 만만치 않다.
무엇을 발표했나: 9개 부처 공동, 15차 5개년 계획
이번 계획은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9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해 2026년 9월 11일 발표했으며, 적용 기간은 2026~2030년이다. 앞선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당시 중국은 2025년까지 신차 판매 중 신에너지차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로는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집계 기준 지난해 이미 54%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이번 15차 계획은 한층 공격적인 목표를 담았다.
2030년 목표: 승용차 70%, 상용차 40%, 자율주행 대량화
계획에 담긴 핵심 수치 목표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목표 |
|---|---|
| 신에너지 승용차 비중 | 내수 신차 판매의 70% |
| 신에너지 상용차 비중 | 내수 신차 판매의 40% |
| 자율주행 | 고속도로·도시고속도로·일부 도심 도로 고도 자율주행 대량 상용화 |
| 노동생산성 | 2025년 대비 15% 향상 |
| 완성차 연료소비(내연) | 100km당 약 3.3리터 |
| 전기차 전력소비 | 100km당 약 11.5kWh |
| 산업 경쟁력 | 자국 완성차 여러 곳 글로벌 판매 톱10 진입, 부품사도 글로벌 100대 수준 육성 |
참고로 지난달(2026년 8월) 기준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비중은 이미 65%까지 올라와 2030년 목표인 70%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다. 즉 이번 계획의 '70%'는 파격적인 신규 목표라기보다, 기존 추세를 5년 뒤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상용차·자율주행 등 남은 과제를 마저 채우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니오의 플래그십 세단 ET9. 중국은 신에너지차 확산과 함께 자율주행 대량 상용화도 목표로 내걸었다 ⓒ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내수 판매는 오히려 21% 급감... 왜?
정책 목표와 달리 2026년 1~8월 중국 승용차 소매판매는 1172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8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40% 급감하며 감소세를 이끌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대폭 축소된 정부 구매 보조금이 꼽힌다. 그간 신에너지차 보급을 견인해온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된 것이다. 반면 수출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8월 승용차 수출은 88만 8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77.8% 급증했고, 1~8월 누적 수출도 609만 8000대로 75.7% 늘어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내수 침체를 수출 확대로 상쇄하는 구조가 뚜렷해진 셈이다.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씰. 내수 침체 속에서도 중국 완성차의 수출 물량은 오히려 급증하는 추세다 ⓒ Wikimedia Commons
2026년 1월부터 전기차 수출 '허가제' 시행
중국 상무부 등 4개 부처는 2026년 1월 1일부터 배터리 전기 승용차 수출에 허가 관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대체 구동 시스템을 갖춘 차량 거래의 건전한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산 전기차의 해외 출하 경로와 물량을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조치로 해석된다. 어떤 제조사가 어떤 국가로 얼마나 수출할 수 있는지를 당국이 사실상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무역 분쟁 국면에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수출 급증 흐름 속에서 나온 조치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리 갤럭시 E8. 중국은 이번 계획에서 자국 완성차 여러 곳을 글로벌 판매 톱10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Wikimedia Commons
현대차·기아는 이미 직격탄... 점유율 10%에서 3%로
중국의 신에너지차 드라이브는 이미 한국 완성차의 중국 내 입지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약 180만 대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50만 대 안팎까지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한때 10%에 육박했던 수준에서 3% 안팎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이번 15차 5개년 계획으로 신에너지차 전환이 한층 가속화되면, 내연기관 중심이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 기반은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계획에는 보조금 방식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 고가 차량일수록 혜택이 커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저가형 로컬 브랜드보다는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 사업을 '내연기관 중심'에서 '친환경차 브랜드'로 전면 재편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아이오닉 브랜드를 앞세운 신형 전기차 6종을 공개하고 연간 5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했으며,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셀투팩(CTP)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및 공급망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을 아이오닉 브랜드 중심의 친환경차 사업으로 재편해 2030년까지 신형 전기차 6종, 연 50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 현대자동차
국내 수출 시장에서도 중국발 가격 경쟁 격화 우려
중국의 이번 5개년 계획은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순위 재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내수 침체를 수출로 메우는 중국 완성차의 물량 공세가 계속되면 동남아·중남미·유럽 등 한국 업체의 주력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BYD·지리 등이 이미 동남아·중남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어,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이 구체화될수록 이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기아 EV5.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기아
카프리즘 코멘트: 통제 카드를 쥔 중국, 변수는 여전히 많다
동시에 수출 허가제 도입은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 스스로 수출 통제 카드를 쥐게 됐다는 뜻이기도 해, 향후 무역 협상 국면에서 이 제도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지켜볼 변수다. 내수 침체와 수출 급증이 공존하는 현재의 불균형 구조가 5개년 계획 기간 내내 이어질지, 아니면 보조금 정상화와 함께 내수도 회복될지에 따라 한국 업계가 받을 영향의 크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