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 전면부, 고가 수입차의 대표적인 예시

▲ 수입차·고가차 비중 증가는 보험연구원이 꼽은 대물배상 손해율 악화의 요인 중 하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KIRI)이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7곳의 평균 손해율은 2023년 4분기 80.0%에서 2024년 4분기 89.3%까지 뛰었습니다. 손해율이 89.3%라는 건 보험료 1,000원을 받아 893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으로, 보험사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문제는 이 상승이 단순한 사고 증가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1. 손해율, 2년 만에 10%p 가까이 뛰었다

손해율 추이만 봐도 심상치 않습니다. 2023년 상반기 78.0%였던 손해율은 2023년 4분기 80.0%, 2024년 상반기 80.5%, 3분기 81.0%로 완만하게 오르다가, 2024년 4분기 들어 89.3%까지 급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폭도 2023년에는 -0.4%p~0.2%p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2.6%p, 2.6%p, 9.3%p로 상승 폭 자체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흐름이 폭우·폭설 같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대인배상 제도개선 효과가 약해지고 대물배상 보험금이 구조적으로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현대 쏘나타 측면부, 국산 준대형 세단

▲ 손해율 상승은 국산차·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전체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2. 경상환자 합의금, 치료비보다 더 크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경상환자 보상 구조입니다. 2023년 기준 상해급수 12~14급(가장 가벼운 부상) 환자의 경우, 치료비 100원당 향후치료비(합의금 성격)가 123원에 달합니다. 이는 중상해 환자(1~7급) 중 가장 높은 비율인 72%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합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받는 돈도 늘어나는 구조라, 4주 이내 합의하는 경상환자의 향후치료비는 72만원이지만 8주면 86만원, 12주면 101만원까지 올라갑니다. 실제로 2023년 경상환자의 70%가 4주 이내, 85%가 8주 이내 합의하지만, 합의 기간 1일당 보험금이 12~14급 기준 5만5,400원으로 오히려 일부 중상해 등급보다 높게 나타나는 역설적인 상황도 확인됩니다. 이는 '치료'가 아니라 '합의금'을 목적으로 한 불필요한 진료를 유인하는 구조라는 게 보험연구원의 지적입니다.


3. 부품비·공임비, 고가차가 밀어올린다

아우디 Q9 전면부, 대형 수입 SUV

▲ 전기·하이브리드차와 수입차 등 고가차 비중 증가가 부품비·공임비 상승을 통해 대물배상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물배상 보험금은 2018년 4.6조원에서 2023년 5.6조원으로 연평균 3.9%씩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경과보험료는 연평균 0.8% 증가에 그쳤습니다. 보험금이 보험료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셈입니다. 보험연구원은 그 배경으로 "전기·하이브리드차, 수입차 등 고가차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품비와 공임비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공임비는 2022년 4.2%, 2023년 3.8%, 2024년 3.5% 상승했고, 부품비도 같은 기간 6.4%, 7.8%, 2.3% 올랐습니다. 공임비는 대물배상 수리비(2023년 기준 4조3,000억원)의 2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인상률 결정 과정에서 정비업계(4.5% 제시)와 보험업계(1.7% 제시)의 입장 차이가 커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4. 같은 사고인데 지역마다 다르다

가장 뜻밖의 데이터는 지역 격차입니다. 수리비 과잉청구를 막기 위해 2017년 도입된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적용 비중이 지역별로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2022년 기준 서울은 15.1%가 이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울산은 1.7%에 그쳐 최대-최소 격차가 13.4%포인트에 달했습니다. 같은 정도의 가벼운 손상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수리하느냐에 따라 부품을 통째로 교체할지, 경미손상 기준으로 저렴하게 수리할지가 갈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지역 편차는 결국 전체 보험금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비효율로 지적됩니다.

현대 디 올 뉴 아반떼 전면부

▲ 준중형 세단 같은 대중적인 차종도 경미손상 수리기준 적용 여부에 따라 수리비 차이가 크게 갈릴 수 있다


5. 과잉청구, 적은 것 같지만 오래됐다

수리비 과잉청구 규모는 2022년 기준 13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해 대물배상 수리비 4조690억원의 2.9%에 불과합니다. 언뜻 작은 비중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이런 관행이 오래됐다는 점입니다. 2005년 서울·수도권 10개 교통사고 차량 수리업체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67%가 과잉청구로 적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라는 뜻입니다.


6. 소비자가 알아둘 것

결국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사고가 늘어서"라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경상환자 합의금 구조, 근거가 취약한 공임비 결정 방식, 지역별로 들쭉날쭉한 수리기준 적용까지 — 제도 곳곳에 보험금을 불필요하게 키우는 틈이 남아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짜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