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틀리 컨티넨탈 GT S — 벤틀리 첫 전기차 '토르칼'은 9월 23일 런던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사진은 현재 벤틀리 라인업의 플래그십 GT 모델이다
벤틀리가 첫 순수 전기차 '토르칼(Torcal)' 공개를 앞두고, 차량 스펙 대신 '큐레이션 엔진(Curation Engine)'이라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먼저 꺼내 들었습니다. 감각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이 시스템은 탑승자의 심리 상태와 주변 환경을 분석해, 파워트레인·서스펜션부터 실내 조명·사운드·공조·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 통합적으로 제어합니다. 단순한 주행 모드 전환이 아니라, 차 안의 감각 경험 전체를 설계하겠다는 접근입니다.
1. 벤틀리 모드 — 기본값은 '균형'
큐레이션 엔진의 기본 설정은 '벤틀리 모드'입니다. 이름 그대로 벤틀리다움을 정의하는 모드로, 럭셔리와 퍼포먼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승차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별도로 모드를 바꾸지 않는 대다수 운전자가 가장 자주 경험하게 될 세팅이기도 합니다.
2. 컴포트 모드 — 화면을 끄는 '디지털 디톡스'
가장 이색적인 모드는 컴포트입니다. 부드러운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면 노출을 최소화하는 '디지털 디톡스' 기능까지 포함합니다. 장거리 이동이나 휴식 시간에 최적화된 세팅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차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흐름과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벤틀리는 이 모드를 통해 '이동 중 쉬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모드 | 특징 |
|---|---|
| 벤틀리(기본) | 럭셔리와 퍼포먼스의 균형, 장인정신과 운전 즐거움 동시 전달 |
| 컴포트 | 부드러운 조명·차분한 분위기, 디지털 디톡스로 화면 노출 최소화 |
| 스포츠 | 강렬한 사운드·시각 효과로 반응성과 몰입감 강화 |
| 리프레시(토르칼 전용) | 외부 공기 유입 증가, 밝은 조명으로 피로 감소·집중력 향상 |
▲ 벤틀리 실내 디테일 — 큐레이션 엔진은 조명·사운드·공조까지 통합 제어해 벤틀리 특유의 실내 경험을 소프트웨어로 확장한다
3. 스포츠 모드와 '리프레시' — 토르칼만의 카드
스포츠 모드는 예상 가능한 방향입니다. 강렬한 사운드와 시각 효과로 반응성과 몰입감을 끌어올립니다. 흥미로운 것은 네 번째 모드인 '리프레시'입니다. 토르칼에만 적용되는 이 모드는 외부 공기 유입량을 늘리고 실내 조명을 밝게 조정해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둡니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조용한 캐빈이 오히려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벤틀리 나름의 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는 없던, 전기차이기 때문에 필요해진 모드인 셈입니다.
▲ 벤틀리 주행 모습 — 토르칼은 벤틀리 최초의 순수 전기 SUV로, 지난해 공개된 EXP 15 콘셉트의 디자인 방향을 계승한다
4. 보석 인터페이스, 그리고 9월 23일 런던
큐레이션 엔진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보석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조작합니다. 버튼이나 터치스크린 메뉴가 아니라 물리적인 오브제를 돌리거나 누르는 방식으로 모드를 전환하는 구조로 보이며, 이는 벤틀리가 전동화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조작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토르칼의 정식 공개는 9월 23일 런던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공개된 올일렉트릭 콘셉트카 'EXP 15'가 토르칼의 디자인 방향을 미리 보여준 바 있으며, 5미터가 넘는 전장과 팔콘 윙 형태의 플라잉-B 로고, 트렁크가 피크닉 좌석으로 변신하는 기믹 등이 양산형에 얼마나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 벤틀리 컨티넨탈 GT S 후면부 — 토르칼은 벤틀리 최초의 전기 SUV로 브랜드의 전동화 전환을 상징하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5. 스펙보다 '경험'을 먼저 판 이유
전기차 시대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대부분 항속거리·충전속도·출력 같은 숫자로 첫 EV를 소개해 왔습니다. 벤틀리가 그 대신 소프트웨어 경험 시스템을 먼저 공개한 것은, 배터리 스펙만으로는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큐레이션 엔진이 실제 주행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할지는 9월 23일 공개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마케팅 전략만큼은 명확합니다. '전기차라서 밋밋하다'는 인식을 정면으로 피해 가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