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DB12 S

▲ 애스턴마틴은 현재 전 라인업에 자동변속기를 쓴다 ⓒ Wikimedia Commons

애스턴마틴이 수동변속기를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CEO 아드리안 홀마크의 설명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우리가 가진 문제는 수동 기어박스를 구하는 게 아니라, 수동 기어박스와 함께 작동할 전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변속기가 아니라 그 주변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1. 왜 전자 장비가 문제인가

현대의 주행보조 시스템은 차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주행보조와 변속기의 관계
기능작동 방식수동에서의 문제
어댑티브 크루즈앞차와의 거리에 맞춰 가감속기어를 바꿔야 할 때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충돌 완화 제동위험 감지 시 자동 제동급제동 시 엔진이 멈춘다(스톨)
정차 후 재출발자동 재가속클러치 조작이 필요하다

두 번째 항목이 핵심입니다. 자동변속기 차량은 시스템이 급제동해도 토크 컨버터가 완충해 엔진이 살아 있습니다.

수동변속기에서는 기어가 물린 채 급제동하면 엔진이 꺼집니다. 시스템이 스스로 클러치를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처리하려면 제어 로직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2. "새 기어박스보다 비싸다"

홀마크가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비용입니다.

애스턴마틴이 과거에 쓰던 수동변속기는 낡은 차량 아키텍처와 전자 시스템을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지금의 차에 그대로 붙일 수 없습니다.

수동변속기 도입에 드는 비용 구조
항목부담
기어박스 자체구할 수 있다 —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
전자 시스템 연동 개발기어박스 개발비보다 비싸다
인증·시험주행보조 기능 전반 재검증
판매 대수수동 선택 비율이 낮아 회수가 어렵다

마지막 항목이 결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수동을 "원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구매에서 수동을 고르는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애스턴마틴 DB12 S 쿠페

▲ 수동 선택 비율이 낮아 개발비 회수가 어려운 구조다


3. 페라리식 "가짜 수동"이라는 선택지

홀마크가 언급한 대안은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입니다.

진짜 수동과 페라리식 구성의 차이
구분진짜 수동(MT)페라리식
기계 구조수동 기어박스듀얼클러치(DCT)
시프터기계적으로 연결인터페이스
클러치 페달실제 클러치 조작입력 장치
주행보조 연동어렵다쉽다 — 시스템이 클러치를 제어할 수 있다
조작 감각기계적 직결감재현된 감각

이 방식이 앞선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합니다. 실제 클러치는 시스템이 잡고 있으므로, 충돌 완화 제동이 걸려도 엔진이 꺼지지 않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다만 이건 "수동의 감각"이지 수동은 아닙니다. 이 구성을 받아들일지는 결국 구매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기계적 연결 자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4. 다른 브랜드는 하고 있다

홀마크의 설명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수동 + 어댑티브 크루즈를 함께 쓰는 차
모델구성
토요타 GR86수동 + 어댑티브 크루즈
혼다 시빅 타입 R수동 + 어댑티브 크루즈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의 문제입니다.

차이는 판매 대수에 있습니다. GR86과 시빅 타입 R은 연간 수만 대 규모입니다. 애스턴마틴은 전체 생산량이 훨씬 적습니다. 같은 개발비를 나눌 대수가 다릅니다.

애스턴마틴 모델들

▲ 토요타 GR86과 혼다 시빅 타입 R은 수동에 어댑티브 크루즈를 함께 넣었다


5. 발렌도 자동이다

애스턴마틴의 신형 발렌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방 엔진 양산차"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변속기는 8단 자동입니다. 수동에 대한 요구가 가장 강하게 나올 만한 모델에서도 자동을 택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판단이라기보다 상품 기획의 결과로 보입니다. 고출력 엔진의 토크를 견디는 수동 기어박스는 대형화될 수밖에 없고, 변속 속도에서 듀얼클러치를 이길 수 없습니다.

홀마크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검토 중이라는 것과 하겠다는 것은 다릅니다.

1951년 애스턴마틴 DB2 르망

▲ 수동변속기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일부지만, 현대 전자 장비와는 충돌한다


6. 정리

애스턴마틴 CEO 아드리안 홀마크가 수동변속기 복귀의 걸림돌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수동 기어박스를 구하는 게 아니라 전자 시스템이 수동과 함께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충돌 완화 시스템과의 연동이 문제이며, 그 개발비가 새 수동 기어박스를 만드는 것보다 비싸다는 것입니다.

대안으로는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 방식, 즉 듀얼클러치에 수동 시프터와 클러치 페달 인터페이스를 붙인 구성이 언급됐습니다. 구체적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